與野, 고금리→저금리 대출이동 플랫폼 촉구
토스뱅크-카드사, 카드론 대환대출 둘러싼 갈등
범금융권 플랫폼 구축까지 험로 예상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연합뉴스 제공
금리상승기를 맞아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치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토스뱅크가 ‘카드론 대환대출’을 시범 출시했다가 카드업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당국은 고금리 상품에서 저금리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더 쉽게 대출을 옮겨갈 수 있는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정상화되고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는 즉시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등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당정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관련 간담회에서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및 대출비교 플랫폼 연계를 재가동시켜 금리경쟁을 통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환대출인프라-대출비교플랫폼 연계 흐름. 금융결제원 제공
지난해 금융당국은 기존 대출을 더 나은 조건의 대출로 비대면, 원스톱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다. 은행권은 10월, 비은행권은 12월 실시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융권이 핀테크 사업자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난색을 보였고, 비대면 대환대출 본격화로 가계부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잠정 보류됐다.
핀테크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세 규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강해 대환대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던 상황”이라며 “이번에 재추진한다면 어느 업권에서 많이 참여할지는 조금 지나봐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주도로 대환대출 플랫폼이 논의됐다가 흐지부지된 만큼 은행 쪽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나 참여사나 구현방식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카드론 대환대출에 카드사 반발...잠정 중단
한편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싼 금융권과 핀테크간 신경전은 최근 토스뱅크와 카드업계 사이에서 재현됐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시범적으로 선보였던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달 초부터 잠정 중단했다. 토스뱅크는 삼성카드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왔고 이달 중 대상 카드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시범서비스를 운영하다가 기능을 개선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카드업계의 거센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토스뱅크가 카드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웹 스크래핑' 방식이 보안상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카드사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웹 스크래핑 방식으로 고객 정보를 빼가는 걸 문제 삼기가 좀 애매하다”며 “금융사는 소비자 눈치를 많이 보는데 이 문제를 굳이 언급했다가 카드론 금리에 대한 지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와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도 주된 이유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사 카드론 이용고객에게 토스뱅크 신용대출을 이용하게 하는 제휴를 굳이 맺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전에는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 차이가 명확해 업권이 구분됐었는데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서 대출 경쟁이 심화됐다”며 “카드사는 카드론과 같은 중금리대출 쪽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 구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여신전문금융사 CEO 간담회에서 "(토스뱅크의 카드론 대환대출과 관련해) 여전업계에서 의견을 냈다"며 "규제 완화 등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관련해 금융위와 추진 중인 여전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에서 함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