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4년 뒤 나타난 후유증...대법 "진단일 기준으로 손해배상 계산"

교통사고 발생 후 몇 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발생했다면 후유증을 진단받은 날을 기준으로 손해배상금을 계산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손해배상 기준일을 사고 당일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6월 길을 걷다 승용차에 치여 쇄골이 부러지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는 2012년 12월 A씨에게 손해배상금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A씨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민·형사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A씨는 합의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겪게 됐다. 폭력성, 정신질환 등으로 2062년 5월까지 성인 여성 1명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A씨는 보험사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후발손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금을 산정해야 하는 기준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하는 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사고일(2010년 6월)을 기준일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발손해 발생일인 2014년 11월이 기준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후발손해가 판명된 때'부터 돌봄 비용 등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사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역시 사고 4년 5개월 뒤인 그 시점부터 생긴다"며 "과잉 손해배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사고 시점이 아닌, 추가 손해가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해배상금은 교통사고 피해자 손해배상액 계산 방식인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호프만식 계산법'은 피해자의 사고 직전 소득 등을 고려한 매월 정기 지급금에 연령 등을 고려한 '호프만계수'를 곱해 일시 손해배상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A씨의 경우 후발손해 발생일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지급 월이 569개월로 월 이자가 배상금보다 많기 때문에 최댓값인 240을 적용해 지급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사고일과 후발손해 발생일 중 어느 때를 기준으로 배상액의 현재 가액을 산정하더라도 호프만계수의 최댓값 240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라면 240으로 고정하고 후발손해 발생일을 산정 기준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