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피살된 서해 공무원의 '월북' 판단을 국정원이?... 그런 기억 없다"

박지원,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의혹 보도에 반박

'軍 감청 원본 파일 삭제' 보도엔 "미국과 합의도 없이 지울 수 있나?... 그렇게 보지 않아"

'당원권 6개월 정지' 이준석엔 "호락호락 물러날 사람 아냐... 후일 도모할 것"

"尹대통령, 두 달 만에 지지율 37%로 떨어진 것은 지지자들의 12%가 도망한 것"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월북' 판단을 국정원이 했을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그런 의견을 냈다고 하면 제가 기억하겠지만 그런 게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이씨에 대한 월북 근거가 되는 보고서나 판단 자료를 '국정원이 제시했을 것'이라는 이날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국정원이 그렇게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해당 보도에서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는데 국방부가 별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월북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나 판단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국정원뿐"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그런 건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해당 보도가 '국정원과 군의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핵심 인사'를 인용한 것을 두고는 "실명으로 말씀하라고 하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보도를 보면 군에선 월북 의견을 내지 않았는데 국정원이 판단을 바꾼 보고서를 내서 조작했다는 느낌이 든다'라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글쎄 그건 느낌이지 팩트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재차 반박했다.

아울러 박 전 원장은 서해 피격 사건 당시 군 감청부대의 감청정보(SI·특별정보) 원본파일이 2020년 9월 지워졌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국정원은 정보를 공유하는 부서지 생산하는 부서가 아니고 (생산은) 군에서 하는 것"이라며 "군에서 삭제했는지 여부는 저는 파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은 물론이고 군이 그런 파일을 과연 미국과 합의도 없이 지울 수 있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며 군이 이를 삭제했을 가능성도 회의적으로 봤다.

박 전 원장은 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한 국정원의 고발 건과 관련해 "무슨 내용으로 무엇을 고발했는지 아직도 모른다"라고 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6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했다며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죄) 및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죄 등의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사전에 자신을 조사하지도 않고 언론에 일방적으로 고발 사실을 알렸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발 내용을 모르고) 기자들이 그때그때 보도를 보고 나한테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할 뿐"이라며 "(고발 건은) 법적 절차에 하자가 있으며 바로 최근까지 국정원장을 한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전 원장에 대한 국정원의 고발 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됐다. 수사를 이끌 이희동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공안통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의 신임이 높다고 해도 없는 사실을 조작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가 무슨 혐의로 고발됐는가는 최소한 인권 차원에서도 연락을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고발 건을 어떤 '공작'으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면서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들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박 전 원장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해선 "이 대표가 그대로 호락호락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물러가든 물러가지 않든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나가거나 또는 극복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어 "지금 현재 경찰 수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좀 기다려서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고 그 결과를 봐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이 대표가 억울하기도 하고 토사구팽으로 분도 나지만 후일을 도모하며 잘 준비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경제와 물가에 관심이 있지 국민이힘이 권한대행 체제로 가든 비대위로 가든 아무 관심이 없다"며 "집권 여당이 콩가루 집안이 돼서 그렇게 싸우면 되나. 하루빨리 정비해서 야당과 국회를 정상화해서 경제와 물가 문제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30%대를 기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서는 "두 달 만에 37%로 떨어진 것은 지지자들의 12%가 도망한 것이다. 이건 심각한 것"이라며 "설상가상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지도부도 그렇게 싸우고 가면 이번 주에 지지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