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가격정보 직접 입력하는 방식
다른 조사기관 결과와 차이 보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생활비가 홍콩,도쿄 등 다른 주요 도시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2022년 중반 '생활비 지수' 순위에서 서울은 세계 510개 도시 중 44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카고(45위), 호주 시드니(47위), 홍콩(49위), 일본 도쿄(86위), 중국 상하이(297위)보다 높은 순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 도쿄보다 생활비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조사기관 결과와 차이를 보이자 넘베오의 통계 집계 방식을 둘러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자료:넘베오 홈페이지 캡처
넘베오는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통계를 내는 사이트다. 따라서 모든 국가·도시의 물가 통계에 동일한 산정 방식 및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설문조사를 통해 통계를 내는 방식이다보니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표본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 생활비 조사에는 지난 12개월 동안 193명이 참여했다. 950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시 인구를 고려하면 193명이 입력한 정보로 서울시 생활비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콩 생활비 조사에 참여한 이용자는 서울보다는 많은 420명이었다.
또 생활비 통계를 작성하기 위해 조사 대상 품목의 수도 다른 조사기관에 비해 적다. 조사 대상 품목의 산정 기준 역시 정확하지 않다. 다만 넘베오 측은 국가별 통계를 낼 때 나름 상위 25%와 하위 25%는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넘베오의 공신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는 "넘베오 지표 생성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수집 기준도 불분명하고 상품의 종류나 질, 환율 변동 등 다양한 변수도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며 "넘베오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인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실제 넘베오의 통계는 동일한 주제의 다른 기관 통계 결과와 차이가 있다.
◆…자료:머서(Mercer)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자산관리기업인 머서(Mercer)가 지난달 발표한 '2022 생활비 조사'에서 전 세계 400여 개 도시 가운데 외국인이 살기에 비용이 가장 높은 도시는 홍콩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작년 11위에 비해 3계단 떨어진 14위로 조사됐다.
1년에 두 번 조사를 실시하는 머서는 주택, 교통, 식품, 의류, 생활용품, 엔터테인먼트 등 200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했다.
또 다른 기관인 국제인력관리 컨설팅업체 ECA인터내셔널이 지난달 발표한 '외국인이 살기에 가장 비싼 도시' 순위에서도 홍콩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작년보다 두 계단 내려간 10위를 기록했다.
ECA인터내셔널은 120개국 207개 도시에 사는 외국인의 생활비를 비교했다. 조사 항목에는 주택 임차비, 교통비, 전기·가스·수도요금, 음식, 가정용품, 의류, 서비스, 외식비, 여가비, 술과 담배 등이 포함된다.
두 기관 모두 홍콩 생활비가 서울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