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무리된 5.31지방선거의 (여당의)참패 원인이 무차별 세금강화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여론이 조세정책 입안을 담당했던 세제실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혹이 붙었습니다. 바로 '조직확대' 문제입니다.
최근 일부언론에서 "재경부 세제실이 세금을 더 쥐어짜기 위해 조직을 확대(공무원을 더 뽑는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당혹감에 빠진 것입니다.
조직확대 문제는 행정자치부를 무사히 통과(?)해 현재 기획예산처와의 최종 협의 단계까지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금만 힘을 내면 다 된 밥이 되었을 텐데 언론 등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며 (속된 표현으로)'초'를 친 격이 된 것이지요.
세제실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보도의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세제실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개편의 목적은 조세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세제실의 조직확대 문제는 오래 전부터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추진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확정된 조직확대 방안 이전, 다시 말해 애초 세제실이 추진한 조직확대 방안은 지금까지 공개된 부분 이외의 것이 더 많았습니다.
잠깐 언급해 볼까요. 당초 세제실은 현재의 조세정책국, 재산소비세제국, 관세국 등 3개국 체제에 조세기획국을 추가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아울러 국제조세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제조세심의관을 신설할 계획이었습니다.
아울러 소비세제과의 업무 과부하를 감안해 이를 둘로 나누는(부가가치세과, 소비세제과) 한편 관세국 산하에 국제관세과 신설을 추진했던 것입니다. 조세기획국은 중장기조세개혁실무기획단의 업무를 흡수시킨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애초 재경부가 마련한 방안대로 승인이 떨어졌다고 치면 세제실 조직은 4국·1심의관·2기획단(부동산실무기획단, EITC기획단)체제로 개편될 예정(산하 실무과는 기획단 등을 합쳐 13과)이었습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에서 순순히 세제실의 의견을 들어줄 리가 없었죠. 논의 과정에서 이리 깎이고 저리 깎여 국제조세심의관실, 국제관세과 신설계획 방안은 나가 떨어졌고 조세기획국도 한 단계 낮춰진 '심의관'으로 확정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종 조직확대 방안은 3국·1심의관(조세기획심의관)·2기획단·12과 체제로 확정돼 기획예산처와의 마지막 줄다리기를 남겨놓은 셈(기획예산처와의 논의과정에서도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있습니다)입니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조직을 늘린다'라는 인식은 세제실의 현주소에 비춰볼 때 다소 무리한 지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세원을 확대하는 것이고 세원을 확대하려면 조세정책기능 강화가 필수라는 점에서 볼 때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세제실이 조직확대를 추진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볼 때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차원이라기 보다는 재정·금융 등 분야에서 정책기능이 약화된 재정경제부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쪽이 많습니다.
과거 공룡이라 불리며 군림했던 재경부는 재정·금융 분야 등에서 사실상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조세분야에서의 정책기능은 경제상황이 변화하면서 시시각각 주가가 상승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세제실에 배속된 공무원들이 "일이 너무 많다"고 은근슬쩍 불평을 내놓는 것도 이 같은 재경부의 현실, 조세정책의 중요성 향상 등 전반적인 상황과 맞닿아 있는 셈이지요.
그러나 조세정책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세제실의 역할이 더욱더 중시되고 있는 분위기(할 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도)인데도 세제실의 조직은 지난 1994년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4년과 비교해 경제규모도 달라졌고 조세정책이 사회전반에 걸쳐 미치는 영향력도 달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세제실의 조직과 인원은 제자리 걸음(변한 것이 있다면 과거 기본법규과가 조세지출예산과로 전환된 것과 '3심의관' 체제에서 '3국체제'로 격상됐다는 것)을 거듭해 왔던 것입니다.
참여정부 들어 임시방편으로 '기획단'이라는 임시조직을 통해 중요 정책(부동산 조세정책, 중장기 조세개혁 정책)을 총괄토록 했지만 한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한계점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쉽게 표현해 재경부 세제실의 조세정책수요에 대한 '소화능력'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지요.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예산권 등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재경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세정책이 전부다"라며 "현 정부들어 조세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등 조세정책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제실에서 수행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고 직원들도 밤낮없는 근무일정에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조세정책의 수요가 많아지고 조세정책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과거의 조직체계만 가지고는 이를 다 수용하기 어렵다"고 조직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현실을 감안할 때 세제실의 조직확대는 어찌 보면 논리적 타당성이 너무도 탄탄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을 고려할 때 "모두가(국민들이)납득할 만한 논리다"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큰 정부'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참여정부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작 예산절감 등 노력은 않고 무턱대고 공무원수만 늘린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작 10여명(세제실 조직확대 방안이 확대될 경우)에 불과하지만 조직확대는 곱지 않은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조직확대의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입니다.
'소나기'가 겁이 났으면 슬그머니 피해갈 수도 있었는데 세제실은 정면돌파 전략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곱지않은 시선을 받게된 셈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조직확대 방안의 효율성 측면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상 자영업자 소득파악, 조세감면 정비 등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의 핵심내용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안'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만 놓고 보면 달라진 것은 별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조세개혁이라는 거창한 정책행보가 종국에는 흐지부지 될 것이란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과연 중장기 조세개혁을 전담할 부서를 (임시조직이 아닌)영구조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세제실을 조금 안다하는)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제실이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실장이하 직원들이 '생고생'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지난 2003년 한 사무관이 과로로 사망한 예도 있습니다)"라며 "그러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면 지금 있는 조직만 가지고도 충분히 정책수요를 커버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기자 입장에서는 그저 '중립적 입장'만을 유지할 뿐입니다. 과연 세제실 조직개편이 품고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