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종교인 과세문제는 지난달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에 대해 세금을 거두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세청장을 고발하고, 재정경제부에서 과세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지방선거로 인해 잠시 미뤄졌던 사안.
그러나 최근 발간된 국회보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양론을 비중있게 다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드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 대표는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야하는 열 가지 이유'라는 제하의 찬성 기고문을, 한상림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종교지도자가 근로자인가'라는 반대 기고문을 게재했다.
□ "면세점 이하 종교인도 소득세 신고해야"
이드 종비련 대표는 "종교인 과세문제는 국민의 납세의무와 연관한 법적인 문제"라며 "구체적 근거없이 과세를 회피하는 것은 공평과세와 조세평등주의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인이 하는 일을 '봉사'로 봐야한다는 주장과 관련 "종교인이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액의 돈을 받는 이상 그들의 행위는 봉사가 아닌 근로임이 자명하다"면서 "종교인의 직업은 봉사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생계가 어려운 종교인들은 소득세 신고를 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가 될 것"이라며 "면세점 이하의 종교인은 소득세 납부에 대해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드 대표는 또한 "종교인들은 60년 가까이 국가로부터 각종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받았다"면서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해서 이제부터라도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교인 과세가 이뤄지면 ▲소득의 양극화 해소 기여 ▲봉급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 ▲국민복지 향상 ▲정부 재정적자 해소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목사, 승려, 신부 등 모든 종교인의 숫자를 대략 20만명 정도로 추정하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새로운 세원이 확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종교지도자는 근로자 아닌 봉사자"
한상림 사무총장은 "종교지도자에게는 스스로의 신앙과 양심이 있다"면서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지 세수 확보를 위해 이들을 탈세집단으로 매도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환산하려는 생각은 저급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사무총장은 "종교지도자를 근로자로 몰아 소득세를 매기면 한쪽만 보게 돼 정신세계의 보루를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본적으로 목사들의 삶은 수입이나 생활방편을 위한 것으로 성직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교목적을 위한 봉사와 헌신을 택하고 있다"면서 "희생과 감사로 사는 성직자들에게 근로자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마땅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지법에서도 "목사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활보조이며 목사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나라 6만여개의 교회 중 80% 정도는 미자립교회로서 이들 교회의 목사들은 대부분 법적 최저 생계비 이하로 살고 있다"며 "근로소득세를 낼 위치에 있는 목사의 비율은 실제로 얼마 안 되는 만큼 (종교인 과세는)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세 신고와 관련 "정확한 세무행정을 구실로 종교단체에 대해 재정서류를 들추고 감사한다면 공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종교를 탄압한다는 모습이 예견돼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