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민생침해 탈세자 99명 세무조사 착수
"물가상승 편승, 폭리 취한 탈세혐의자 집중 조사"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27일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민생침해 탈세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국세청)
#. 웰빙(well-being) 식품을 제조·수출하는 업체 대표인 A씨는 한국 음식, 이른바 'K-푸드'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가격을 확 올렸다. 문제는 A씨가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탈세를 했다는데 있다. 기존 법인의 주소지에 사주 자녀 명의 법인을 추가로 설립해서 수십억원의 매출을 분산하고, 수출 판매대금을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받아 수입금액을 전액 신고하지 않았다.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주며 가공경비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사업소득을 탈루하고, 사주 자녀는 법인명의 슈퍼카 10여대(총 26억원)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이처럼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하거나, 가격담합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면서 폭리를 취하는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99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은 "서민 생계기반을 잠식하거나 부양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장바구니 물가를 높이는 반사회적 탈세자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해서 서민생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하며 법인자금으로 호화생활을 한 식품 도소매업체 사례.(자료 국세청)
유형별로는 '서민 기본생활 폭리'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장바구니·밥상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농축수산물 중간도매업자, 외식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프랜차이즈 본부·대형음식점, 가격담합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 주택 보수공사업체들이다.
국세청의 조사착수 사례를 보면, 주택 유지보수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업체 B사는 동종업체와 담합을 해 입찰가격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 그러면서 직원 명의로 위장업체를 설립해서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사주의 친척에게 허위급여를 지급해서 가공경비를 계상했다. 사주의 주택 신축비용을 법인의 공사원가로 계상, 법인자금 수십억원을 부당하게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위법·불법 행위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린 탈세혐의자 32명도 조사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매출이 급성장한 중고 전문판매업자인 B씨다. 그는 가족·지인 명의로 다수 계정을 운용하며 무자료로 매입한 미개봉 상품·가짜명품 등을 개인 간거래(C2C)FH 위장해서 판매했다. 지인 명의 차명계좌로 판매대금을 받고, 거래로 얻은 판매수익은 전액 신고하지 않았다. 탈루소득은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하거나 아파트분양권을 취득(가족명의)하는데 썼다.
◆…고액 대입 컨설팅비를 현금으로 받아 신고 누락하고, 고가 부동산·외제차를 취득한 예체능 전문 입시학원 사례.(자료 국세청)
자금사정이 어려운 영세사업자에게 고리의 자금을 대여하며 원리금을 자녀명의 차명계좌로 받아 이자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등 '서민 생계기반 잠식' 탈세자로 분류된 인원은 19명이었다.
한 예체능 전문 입시학원은 명문대 최다합격을 자랑하며 온·오프라인 대규모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학원에서는 정상 수강료 외에 수능 전·후 특강 명목으로 학생 1인당 500~600만원의 고액 컨설팅비를 현금으로 받았다. 수입금액은 신고하지 않았다. 실제 근무하지 않은 직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처리하는 방법으로 가공경비를 계상해 소득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가족 부양 부담을 가중시킨 탈세혐의자는 15명이다.
국세청은 "일시보관, 금융추적, 포렌식 등 강도 높게 세무조사하면서도 조사과정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엄정히 고발 조치하겠다"며 "앞으로도 서민생활 안정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민생침해탈세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