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되는 시장조성자 제도, 대형주 쏠림·공매도 논란 해소할까

8월 모집공고...12월까지 시장조성 업무
업틱룰 적용, 低유동성종목 집중 등 제도개편
“공매도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제한”

기획재정부도 시장조성자의 증권거래세 면세 혜택을 3년 연장해 날개를 달아준 가운데 시장조성자가 ‘유동성 공급’이라는 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대형주 쏠림이나 불법 공매도 등 문제점도 지적되는 만큼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조성자는 매수·매도 양방향에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를 뒷받침하고,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한다. 거래 및 청산수수료, 증권거래세 면제와 함께 시장조성수수료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

앞서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부국증권, 골드만삭스, SG, CLSA 등 국내외 증권사 9곳에 과징금 487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들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고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혐의다.

금감원은 올해 4월 증권선물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고, 증선위는 지난달 19일 “9개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 혐의를 위법으로 볼 수 없으며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최종 의결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호가의 정정·취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국내 시장조성자의 호가 정정·취소율(95.68~99.55%)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보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달 2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시장조성자의 증권거래세 면세 적용기한을 올해 12월말에서 2025년 12월말로 3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개정 이유는 주식·파생상품시장 거래 활성화 지원이다.

이에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중단됐던 시장조성자 제도는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달 중 모집공고를 내고 시장조성자 모집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성자는 연 단위로 선정하기 때문에 올해 12월까지 약 4개월간 시장조성 의무를 이행할 증권사를 선정하게 된다.

개미 “시장조성 효과 없어...공매도 수익 노리는 듯”

다만 시장조성자 제도가 도입 취지를 넘어 과도하게 확대돼 시장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에 거래가 집중되고, 시장조성자 거래에 수반된 공매도도 함께 증가하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2015년 증권거래세 면제 등으로 시장조성자 제도가 본격 확대되면서 2020년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전체의 1/3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64%에 달하는 파생시장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로 인해 주식시장 투자자가 불이익을 받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불법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남은 숙제다. 실제로 거래소가 2017년 1월~2020년 6월 시장조성자 22곳의 무차입 공매도, 업틱룰(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 금지) 위반 등을 중점적으로 특별감리한 결과 CLSA 등 4곳이 적발됐다.

개미들은 시장조성자를 공매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시장조성자 공매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2020년 공매도 금지 첫날에 대규모 공매도가 쏟아져나온 건 시장조성자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시장조성자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대형종목에 쏠려있다. 대형종목은 시장조성자 없이도 거래가 충분한데 굳이 개입한다는 건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논란을 인지하고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차입 잔고가 상환되기 전까지의 매도체결분은 모두 차입매도(공매도)로 집계되는 방식으로 인해 매도거래가 모두 공매도로 인식된 것”이라며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내야 하는 시장조성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 매도호가를 제출하는 경우 공매도 호가 제출이 필요하다”고 봤다.

금융위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개편하고 지난해 4월부터 시행했다. 시장조성자를 저유동성 종목 중심으로 운영하고, 공매도를 필수적인 경우로 제한하며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에 대한 업틱룰 예외를 전면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주식시장 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4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시장조성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조성자의 불공정거래 우려와 관련해서는 시장조성 호가에 대한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한 초단기 매매에 대한 시장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