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행위로 초자연적인 존재 자극하면 탈이 나는 것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어떤 일이든 탈(頉)없이 무탈(無頉)하기를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탈(頉)은 무형의 초자연적인 나쁜 기운의 개입으로 나타나는 나쁜 결과다. 누구인들 탈(頉)없는 인생살이를 소망하지 않겠는가?정치권이나 나라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말(言)도 많고 탈(頉)도 많은 여의도의 정치권이 무탈(無頉)하려면 어찌해야할까? 말(言)도 많고 탈(頉)도 많은 한반도의 남북이 무탈(無頉)하려면 어찌해야할까? 아무튼 무사무탈(無事無頉)을 기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만히 놔두면 무탈(無頉)할 일을 긁어 부스럼이라고 오히려 큰 탈(頉)을 낼까 걱정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인들 한반도전쟁이 없이 무탈(無頉)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한반도 전쟁의 날을 택일이라도 해둔 냥 언론에서는 안보장사를 하며 매일 같이 난리법석이다.
택일(擇日)이란 어떠한 행사(行事)의 날·일진(日辰)을 가리는 것을 말한다. 우선 흉일(凶日)을 피하면 무탈(無頉)한 날이 될 것이고, 길일(吉日)을 택한다면 좋은 날이니 결과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무탈(無頉)이란 한마디로 [뜻밖에 일어날 걱정할 만한 사고가 없고, 핑계나 트집이 생기지 않으며, 까다롭거나 스스럼이 없고, 병(病)이나 연고(緣故)가 없으며, 탈(頉)을 잡힐 데가 없음]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탈(頉)이란 뜻밖에 일어나는 걱정할 만한 사고·핑계·트집·질병을 뜻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탈(頉)이란 어떤 잘못된 행위로 인해 초자연적인 존재를 자극함으로써 인간이 겪는 비정상적인 상태 또는 그 결과를 가리킬 때에 사용하는 말이다.
탈(頉)이 들어가는 우리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같은 탈(頉)이라 하더라도 문제·트집·사고·병·허물·고장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별 탈(頉)이 없었다] [탈(頉)이 났다]고 할 경우의 탈(頉)은 [걱정할만한 뜻밖의 문제와 사고가 일어났는지]의 유무를 뜻한다.
탈(頉)은 대개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발생한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이에 대한 원인을 초자연적인 존재·뉴빙(NewBeing)의 개입으로 보는 것이다.
가사신앙(家事信仰)에선 집안의 물건을 잘못 다루었을 때 생기는 동토·동티·동태의 경우 지기(地氣)·지신(地神)을 잘못 자극함으로써 노여움을 사서 화(禍)를 입은 것이다. 또 외부활동을 위해 출행(出行)·신행(新行)을 하거나 또 이사(移徙)·안장(安葬)할 때에 발생해 방해하는 흉신이나 주당(周堂)은 잡귀의 해코지가 원인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주당(周堂)은 화장실·뒷간을 지키며 주관하는 측신(廁神) 그리고 가사활동 중에서 혼인·혼례·신행·장례와 같은 행사에서 매우 꺼리는 악귀(惡鬼)·살기(殺氣)·잡신(雜神)을 가리키는 기신(忌神)이다.
이런 동토(動土)·살(殺)·주당(周堂)의 원인이 초자연적인 존재·뉴빙(NewBeing)의 개입에 있다면 탈(頉)은 그로 인해 생기는 비정상적인인 상태 또는 그 결과를 뜻한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가사신앙(家事信仰) 중에 가족에게 눈병·질병이 났을 경우 집안의 벽에 못질을 잘못했기 때문에 [동토가 났다]고 하는데, 이 때 [동토가 나서 생기는 눈병·질병이 바로 탈(頉)]이다. 따라서 탈(頉)은 동토(動土)·살(殺)·주당(周堂) 등 이해하기 난해한 상황을 뜻하는 용어들을 총칭하는 상위개념으로 이해함이 바르다.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