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동산.세제 관련 법안 '암초 작용' 공산
6월 임시국회가 19일부터 12일간의 '미니 회기'로 문을 연다.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의 17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에 따라 입법부가 새 진용을 갖추고 남은 임기 2년간의 첫 시동을 건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앞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여야가 물리적 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첨예히 맞섰던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가 다시금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비정규직법 처리와 금융.부동산.세제 관련 법안도 암초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이 과정에서 5.31 지방선거 승리 이후 정국운영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입법전에서 주도권을 잡아나가려는 한나라당과,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이를 견제하려는 열린우리당의 기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방위법과 하수도법 등 일부 민생법안을 빼고는 대다수 법안이 여야간 논란만 무성한 채 실제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저효율' 국회가 될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사학법 재개정 재격돌 우려 = 4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놓고 벌어졌던 여야간의 극한대결 양상이 고스란히 재연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은 '회기내 재개정'을 공언하며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다. 사학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30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반드시 재개정을 관철시켜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당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분적인 보완이 아닌 근본적 수술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재개정 요구를 들어준다면 사학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양당은 지난 14일 정책협의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는데 합의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입장변화가 뒤따르지 않은 '의례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관측이다.
사학법 재개정의 최대쟁점은 개방형 이사의 추천주체와 관련한 이른바 '등(等)자 논란'이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를)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에서 선임한다'는 조항을 '학운위와 대학평의회 등에서...'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등'자의 추가가 추천주체의 무분별한 확대로 이어지면서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절대불가 입장이다.
이처럼 여야가 대립의 날을 세우면서 6월 임시국회도 4월 국회와 같은 파행양상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다른 민생법안의 처리와 연계시킬 경우 여야간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우리당이 김근태(金槿泰) 의장 체제 출범이후 정책기조의 일정한 수정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입장변화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당내 갈등봉합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당이 당 내분의 도화선이 될 소지가 다분한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정규직접.금산법 다른 '셈법' 여전 = 4월 임시국회에서 펼쳐졌던 여야간 복잡한 셈법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법안일수록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키는 전략을 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가 2년간의 근로기간을 초과했을 때는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 사실상 정규직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관련 3법의 경우에는 우리당과 한나라당간 이견이 사실상 없는 상태.
다만 민노당이 여전히 변수다. 충분한 논의를 촉구하며 수 차례 법사위를 점거해 법안 통과를 저지한 민노당은 이번에도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처리를 시도할 경우, 육탄전도 마다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민노당의 극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우리당을 위해 '총대'를 메고 법안처리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결국 여야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얼마나 진전되느냐 여부에 따라 비정규직법 처리에 대한 우리당-한나라당간 공조 수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 25.64%중 5% 초과분에 대해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고 20.64%를 5년 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당초 여당 주도로 국회 재경위를 통과한 만큼 한나라당이 법안의 통과에 적극적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비정규직법안의 경우처럼,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서도 여당으로부터 받는 '당근'이 무엇이냐에 따라 법안의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법.국방개혁법.민생법안 '파란불' = 200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을 도입하도록 한 로스쿨법안과 군 병력을 2020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군 구조.전력체계 개편을 담고 있는 국방개혁기본법안은 여야간 이견이 해소된 상태지만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대치로 4월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는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하면서 로스쿨법안과 국방개혁기본법안의 처리에는 최대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선언적 합의사항이어서 실천이 담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로스쿨법안의 경우, 6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로스쿨의 2008학년도 도입이 불가능해져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기 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반면 국방개혁법안의 경우에는, 야당도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상대적으로 법안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쟁점이 거의 없음에도 4월 국회에서 여야간 대치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던 민방위법과 하수도법, 성폭력방지법 등 '민생 법안'들은 이번 국회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공히 정치적 쟁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일부 민생법안을 제외하고는 쟁점 법안들을 최대 쟁점인 사학법 재개정 여부와 연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