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외환銀 BIS비율 잘못 계산됐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의 기망 등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매각과정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기관은 관련법규를 무리하게 적용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도록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인수하기 위해 적극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인 감사원이 론스타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서를 결국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환은행 경영진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부실을 과장해 BIS비율을 잘못 산정했으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당국은 객관적 검토가 없이 관련법규를 무리하게 적용해 외환은행을 매각하도록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중간 감사결과다.

감사원은 19일 "지난 3월초부터 외환은행의 론스타에 대한 헐값 매각의혹과 관련한 감사를 벌여왔다"며 "감사결과 매각당사자인 외환은행 경영진은 부실을 과장해 협상기준가격을 낮췄으며, 은행감독 당국의 감독허술도 드러났다"고 감사 중간발표를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은 영업력 제고와 적정 BIS비율 유지를 위해 자본확충은 필요했지만, 단순자본확충을 넘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 등 대주주와 협의하에 투명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외환은행의 소수경영진이 비밀리에 매각협상을 추진하도록 하면서 막후에서 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관여, 공정성과 투명성이 일실된 채 매각업무가 파행적으로 추진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특히 "헐값 매각과 관련 이강원 행장 등 당시 외환은행 관계자들은 론스타와의 협상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매도자의 입장인데도 불구, 외환은행의 부실을 최대한 반영하여 자산·부채 실사결과를 제출토록 회계법인에 부당한 요구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요구 결과로 삼일회계법인이 제출한 실사결과에 부실을 더 추가한 뒤 이를 기준으로 매각기준가격을 산출하도록 매각주간사에 제시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정부가 보증하거나 적정 담보가 설정돼 있는 채권과 현대자동차 등 정상기업에 대한 여신 등 회수가능한 채권 1조5394억원의 97%가 회수불가능하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했는데도, 외환은행은 이를 그대로 인정해 헐값 매각을 하게됐다는 것.

또 금감원의 예외승인 적법성과 관련한 감사에서도 외환은행의 허위보고와 금감위의 허술한 감독이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은행법상 1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적격투자자 물색 노력 없이 마치 많은 대안을 모색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는데도 금감위는 예외승인관련 법령적용의 구체적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매각 추진과정과 관련해서도 변양호 당시 재경부 국장은 경제부총리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채 콜옵션 조건 등에 반대하는 수출입은행에 론스타 일방에게만 유리한 콜옵션을 받아들이도록 하면서 행사가격까지 정해줬다는 것.

이강원 행장은 또 유임약속과 달리 해임되자 론스타와 협의해 외환은행 정관의 한도를 10억원 초과하는 18억여원의 경영고문료와 성과급을 지급받는 등의 부당행위를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번 중간감사결과와 관련자료를 검찰에 통보하고 이와는 별도로 매각협상 및 자격승인 업무를 부당 또는 태만하게 처리한 현직 공직자 등에 대해선 보완조사와 감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또 현재까지는 론스타의 기망 등 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승인행위에 대한 취소요구 등의 조치를 하기가 곤란하지만, 검찰수사결과 추가적인 론스타의 불법가담 사실 등이 밝혀지면 감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취소 조치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