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내정자 <사진 로이터>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집권 보수당의 지도부선정 위원회는 리즈 트러스 장관(47)이 8만1326표(57.4%)를 얻어 6만399표(42.6%)를 받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을 꺾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이래 가장 적은 차 승리로, 3년 전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67%를 얻었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보수당 대표로서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총리로 임명받고 정식 취임한다. 트러스 내정자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이며, 2010년 취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 기록을 갖게 된다.
트러스 내정자는 당선 소감에서 "세금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 에너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에너지 공급 관련 장기적 문제도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트러스 내정자는 존슨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완수에 감사를 전했고, 존슨 총리는 트위터에서 보수당이 트러스 내정자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화답했다.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지금은 새 총리와 함께 하나로 단합해야 할 시기이며, 트러스 신임 총리가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보수당은 지난 7월 7일 존슨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이래 하원 경선과 전체 당원 투표를 통해 차기 당 대표 및 총리를 선출했다.
트러스 내정자는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원내 경선은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이후 약 6주간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동안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선 1위를 달렸다. 감세 등 보수당의 가치를 강조하고 존슨 총리에게 충성을 지킨 점이 당원들의 마음을 샀다.
반면 경쟁자로 첫 인도계 총리에 도전했던 수낵 전 장관은 재임 중 균형재정을 위한 증세를 추진하고 선거운동 중에도 물가 대응에 힘을 줘서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사표를 던지며 '존슨호' 붕괴를 촉발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러스 내정자는 2010년 하원에 입성했으며 3년 전 존슨 총리 내각 출범 때 국제통상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작년 9월 외무부 장관에 올랐다. 브렉시트 투표 때는 유럽 잔류를 지지했으나 외무장관 시절에는 브렉시트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파기한다는 카드까지 꺼내며 유럽연합(EU)과 극렬히 대치하기도 했다.
트러스 내정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도하고 중국에도 초강경 입장이다. 총리 취임 후 첫 통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하고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브렉시트 관련 지지를 끌어낼 계획이다.
한편 국내 정치에서 트러스 내정자에게는 극심한 경기침체 전망과 공공부문 연쇄 파업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다음 달 가계 에너지 요금 80% 상승을 앞두고 현지 언론은 트러스 내정자가 7일에 가계 에너지 요금 동결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