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 '국립' 넣어 저렴한 등록금 강점 부각
목포해양대, '한국해양대'와 유사 교명으로 교명 변경 불가
지방 사립대...지역색·종교색 뺀 교명으로 바꿔
교명 변경에 시간과 비용 소요...예산 낭비 지적
◆…가톨릭관동대로 교명이 변경된 관동대 교내 곳곳에서 각종 현판 교체 작업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다음 주부터 2023학년도 대학입학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원서철에 들어간다. ‘N수생’ 비율은 전체 응시생의 31.1%를 차지해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지난해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따른 혼란이 영향을 미친데다 N수를 해서라도 취업이 잘되는 대학, 학과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N수생 증가로 인해 지난해 주요 대학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은 2021년도보다 상승했으며 서울권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은 6.0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 소재 대학중 정원 미달 대학은 전년대비 9곳이나 증가한 총 18개 대학으로 수도권 대학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학령인구감소로 지방대학의 위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대학의 입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특히 지방대의 감소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울산은 10년새 17.9%나 줄었으며 경남(-16.6%)과 전남(-16.4%), 경북(-15.6%), 충남(-15.4%), 전북(-14.7%)등도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학의 생존 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방대학들이 교명 변경에 나서고 있다. 교명을 바꿔서라도 신입생 모집난을 해소하려는 고육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간 주로 각종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새 이미지로 거듭나기 위해 '교명' 변경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 국립대들도 '교명' 변경을 꾀하고 있다. 대학 이름에 '국립'을 넣어 저렴한 등록금 등의 강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국립대 교명은 교육부 승인을 받은 뒤 전국 각 대학에 의견회람 등의 절차를 거친 후 변경이 가능하며 통상 3~5개월 가량 소요된다.
지난해 3월 경상대는 경남과학기술대와 통합해 '경상국립대'로 출범했다. 당초 경상국립대는 ‘국립경남대’로의 교명 변경을 시도했다가 경남대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한국복지대와 통합한 한경대도 지난 4월 '한경국립대'로 교명을 바꿨다. 2008년 한경대는 '국립경기대', '경기도국립대', '국립경기도대' 등의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사립대학인 경기대와 법적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 남구에 있는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사진:연합뉴스
이 밖에 부경대, 안동대, 창원대도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주민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각각 '국립부경대', '국립안동대', '국립창원대'로 교명 변경을 확정지었거나 추진중이다.
국립대인 목포해양대는 ‘해양국립대’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던 중 한국해양대와 유사 교명으로 인한 혼선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교명 변경 불가를 통보받았다.
현편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교명에서 지역 명칭을 뺀 사립대들도 있다.
불교 재단 학교로 오해받기도 했던 세한대의 전신은 지역명을 딴 대불대였다. 충주대를 모태로 청주과학대, 한국철도대 등 3개 대학이 통합된 후 다시 태어난 한국교통대를 비롯해 △포천중문의과대→차의과학대 △양산대→동원과학기술대 △영동대→유원대 △김천과학대→경북보건대 △공주영상대→한국영상대 등의 학교들이 지역명을 빼고 새롭게 출발했다.
종교계열 대학들도 종교 색채를 뺀 이름으로 바꾸면서 자구책을 마련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은 아신대로 한영신학대는 서울한영대, 케이씨(KC)대는 강서대로 바꿨다. 칼빈대 역시 신학교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교명 변경을 추진중이다.
또 특성화 대학으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교명을 바꾼 학교도 있다.
용인송담대는 지난해 용인예술과학대로, 한국산업기술대는 지난 3월 '한국공학대'로 교육부에 인가를 받았다. 신경대도 최근 ‘화성의과학대’로 교명 변경 인가를 승인받았다.
◆…자료사진:차의과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실제 일부 학교는 교명 변경으로 당초 기대했던 효과 이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대학으로는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가 꼽힌다.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가 통합한 가천대는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면서 대학 위상이 올라갔다. 세한대와 인천재능대학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차의과학대 역시 차병원 재단의 대학이라는 점이 부각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오히려 구성원 분열, 인지도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교명 변경은 단순히 학교 간판만 변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지방대학이 교명 변경에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생존 위기에 놓인 만큼 교명 변경 등 대규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대학이 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식의 마인드는 대학의 수명을 오히려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