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재정포럼, '2022년 세제개편안' 정책토론회 15일 개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2022년 세제개편안은 낙수효과에 기대어 부자 감세를 기획하고 있지만, 대기업·고액자산가·고소득자에 편중된 감세 기조는 복지국가의 발전에 부합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감세는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와 충돌한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감세' 정책이 다수 담겼는데, 이를 두고 재정·조세전문가들은 낙제 수준의 평가를 내렸다. 정부의 예측치대로라면 올해 세제개편안에 따라 5년(2023~2027년)간 13조1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감소한다. 기준연도 방식으론 60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추계(나라살림연구소)도 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와는 다르게, 대규모 감세라는 조세정책 운용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주된 목소리다.
재정 학자들이 모인 '포용재정포럼'이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오는 15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연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나라살림연구소·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공동 주최하는 자리다. 토론회가 열리기 앞서 공개된 발표문엔 정부가 주요 세목(稅目)을 손질하는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담겼다. ①부자 감세를 유지한 채 재정건전성을 강화했을 땐 재정의 재분배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②그간 진전된 자산소득 과세체계를 후퇴시켰으며 ③부동산 세제개편은 무주택 서민들이 투기꾼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가격을 떠받치게 하는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세제개혁, 누진적 보편증세 방식이어야 한다"
토론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소득·법인세제 개편을 문제 삼았다. 강 교수의 발표문에는 "소득세 과세표준과 근로소득세액공제 조정, 식비 비과세 인상의 감세효과는 저소득층보다 중상위소득 계층에 집중되어 분배구조가 오히려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법인세 세율을 인하(25→22%)하는 부분은 투자·고용 효과가 미약한 상태에서 대기업 위주의 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교수가 제안한 건 '누진적 보편증세'다. 우선 소득세 개편은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의 시작점을 낮추고, 전 소득 구간에서 적정 수준으로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며 "소득세 공제는 저출산·고령화, 공적 이전소득과 현물급여의 확대 등을 고려하면서 과세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가상자산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하며, 입법 목적이 달성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기한 연장이나 한도 확대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법인세는 세율 체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을 25%로 유지하는 대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또 법인세 공제·감면 중 최저한세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항목을 줄이고, 과표 3000억원 초과액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안도 꺼냈다. 기존의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을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익금불산입 방식으로 대체하는 안은 대기업으로 세제혜택의 집중과 리쇼어링 정책과의 부정합성으로 인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에 대해선 “제도의 정책 목표가 불명확하고, 정책 대상자가 광범위하며 재정사업과 유사 중복의 문제가 있다”며 투자와 고용 효과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자산소득 과세 강화 흐름 다시 회복해야 한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회계사)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도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홍 위원장의 주제발표문엔 "2020년에 도입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는 과세대상 확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세법개정이었다"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조치로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예외 없이 과세대상 소득이 됐고, 여기에 채권 양도소득·집합기구 내 양도소득·주식형 ETF 양돗득, 파생결합증권(ELS, 인) 양도소득도 과세대상에 들어간다. 다만,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기본공제(5000만원)를 인정하는 부분으 과도하며, 누진도는 강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꼽았다.
윤셕얼 졍부의 세제개편안을 두고선 그동안의 자산소득 과세와 관련해서 진전된 것을 모두 후퇴시켰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거나,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대상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려 과세대상을 확 줄여서다. 홍 위원장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겠다는 것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존에 과세대상이었던 대주주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과도한 기본공제로 인해 대주주는 세부담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는 부분도 문제 삼았다.
"다주택자·투기꾼에 대한 응능과세 원칙 구현해야"
유호림 강남대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에 대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 자산가에 대한 '이익보전'을 위한 조세감면"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의 주제발표문을 낸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의 조세 지원이나 이익보장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의 정책지원과 비용보조가 더 절실하다는 게 유 교수의 주장이다.
유 교수는 "다주택자 등에 각종 조세지원은 비생산적 지대추구행위에 조세우대를 부요하기 때문에, 생산적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선량한 국민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일으키게 될 것이며, 나아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종합부동산세·임대소득세·양도소득세는 '편익과세원칙'과 '응능과세 원칙'을 구현하도록 재설계한단 목소리다.
종부세는 과세방식이 '보유주택 가액' 기준으로 전환되면 지방 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투기수요가 증가하게 될 뿐 아니라 입법목적상 합산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현행 '보유주택 수'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은 현 6억원(1주택자 11억원)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고령자나 장기보유자에 대한 납부유예는 상속·증여·양도시까지 유예된 세액이 상속인이나 양수인에게 승계되거나 조세채권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기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주택투기행위를 막기 위해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소득세법' 등의 관련 규정을 손질해야 한단 목소리다. 유 교수는 ①공급과 임대가 함께 이루어지는 건설임대사업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②갭투기 방지를 위해 임대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③임대사업자에게 조세우대를 부여하는 경우에는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④불필요한 조세우대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부동산 가격 평가방법은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며 임대차정보시스템(RHMS)과 플랫폼사업자의 부동산 관련 데이터 등을 연동할 수 있는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이를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독립행정부서를 설치할 것으로 제안했다.
한편 주제발표 이후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남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이동식 경북대 교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윤영훈 박사(한국조세재정연구원)가 패널토론자로 참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