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이용자...2022년 1월 기준 342만건
장애인·군부대·지방 이용자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인기
의료계, 플랫폼 '약 배송 무료서비스'에 약물 오배송 우려
복지부, 의약품 정보 제공할 수 없는 가이드라인 발표
◆…서울 동네 의원이 코로나19 재택 환자를 관리하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시범운영이 시작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2022.1.21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 전반에 비대면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직접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언택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 2만4727건에 불과하던 비대면 진료가 2021년 1월 159만2651건, 2022년 1월 기준 342만3451건으로 집계되면서 급증세를 보였다.정부는 팬데믹 기간 중 만성질환자의 감염 예방과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행위만 허용'하고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정부가 격리입원이 아닌 재택치료를 기본 치료방침으로 변경하면서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더욱 증가했다. 특히 병원 이용이 힘든 장애인들을 비롯해 군부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지방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경우 올 상반기 지방 이용자 비중이 40%까지 증가했으며 또 다른 플랫폼 '굿닥'은 올 6월 기준 65%까지 늘어났다.
비대면 진료는 휴대폰 앱을 통해 원하는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고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를 받은 후 전자처방전이 약국으로 전송돼 약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이러한 편리성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3월 실시한 ‘위드코로나 시대 주요 보건의료·복지 분야 정책현안에 관한 국민의식조사’결과에서 비대면 진료를 계속 허용하자는 의견이 56.7%로 절반이상이 찬성이었다. 반대는 29.9%로 나왔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닥터나우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6월 16만명에서 7월 20만7000명으로 29% 증가했고 굿닥은 6월보다 16%(26만6000명) 증가한 3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올라케어도 7월 첫 주에 비해 마지막 주 이용자가 약 30% 증가했다.
이처럼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경쟁이 치열해진 업체들은 비대면 진료 외에 건강검진, 개인건강기록(PHR) 등 신규 서비스를 추가하며 서비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약 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시장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의약품 배달에 대한 의료계의 민원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플랫폼을 이용하는 환자의 병원·약국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약품 이름과 효과·가격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편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비대면진료 도입에 대해 의료계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비대면진료가 오히려 의료취약층의 적절한 진료 기회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 쇼핑과 약물 오배송·오남용, 건강보험 재정 낭비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유승현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지난 6월 20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계간의료정책포럼에서 "환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한 검토의 시기를 놓치고 증상을 감소하기 위한 약물 처방에 의존하다가 오히려 적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비대면 진료 수요를 유발하는 요인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에 참석한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사진: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유튜브 캡처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5월 6일에 진행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사를 더욱 쉽게 만나게 되면서 메디컬 쇼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단순한 중개 서비스 제공 업체에 불과한 앱 업체들이 마치 의료인처럼 의료행위를 광고하며 약 봉투만 찍어서 보내면 복약지도와 진료 내역을 관리해 주겠다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비대면진료는 더이상 피할수 없는 흐름이라며 의료기관 접근성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확대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순용 가톨릭의대 교수는 6월 11일 대한디지털헬스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원양어선, 산간지역, 교도소 등 의료기관 접근이 취약한 곳에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자는 의견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곳에는 시스템을 갖춰 환자 편의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인호 동아대병원 교수도 지난 7월 2일 재택치료와 원격의료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만하자"며 "10대, 20대는 모든 걸 핸드폰으로 해결하는 세대다. 이런 세대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관점으로 무조건 안된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022 국민일보·쿠키뉴스 미래의학포럼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쿠키뉴스 유튜브 캡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 역시 지난달 25일에 열린 '2022 미래의학포럼'에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2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했다.이제야말로 의료전달체계와 도입 효과 등을 평가해 빠르게 법제화 논의를 진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