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달러 퍼붓기식 환율방어 무모한 도전될 수도

금리 인상을 통한 근본적 대책을 무시한 채 곳간을 비워 환율을 강제로 끌어 내리려는 외환 당국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15일 13시 강력한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며 1,399원까지 급등, 1,400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 당국이 1조 원(7억 달러)에 가까운 달러를 퍼부어 1,399원에서 1,391원으로 8원을 급락시키며 방어에 나섰다.

이어 16일에는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실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관망세로 돌아서며 1,390원으로 마감,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19일 역시 전 거래일의 분위기가 반영되어 1회차 고시환율은 3원이 하락한 1,387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매수세가 강화되며 오전 11시 128회차 고시에서 16일 종가인 1,390원을 되찾은 후 11시 현재 1,390.8원으로 0.8원 이상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정부가 달러를 쏟아부어 환율을 방어하려는 노력이 의미가 없다는 것과 함께 오히려 비교적 낮은 환율에서 달러로 교환해 빼 나가도록 돕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8월 현재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똑같이 2.5%로 양국의 경제 규모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파급효과를 간과했거나 면밀한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9월 0.75%의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현실화된다면 미국 금리는 3.25%에 달해 한국이 1% 이상 인상해도 이탈하는 외투자금을 붙들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1,500원 이상 올라가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기획재정부 국채시장 통계에 의하면 지난 3월 현재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채와 특수채, 통안채, 회사채 등에 투자한 자금은 222조5,490억 원, 7월 기준 증권투자금액은 코스피 598조1천억 원, 코스닥 31조8천억 원 등 629조9천억 원으로 852조4,49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매월 5%만 순 이탈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42조6,224억 원, 즉 304억 달러(환율 1,400원 기준)가 국내에서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에 민감한 채권 투자금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당국의 금리정책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