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94.2원 마감…“무역적자 지속에 환율 1423원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반등했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281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승전환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최고가를 1423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7원 오른 1394.2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0.5원 내린 1389.0원에 출발했다. 1380~139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상승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계감이 지속됐다.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이 유력한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의하면 0.75%p 인상 가능성은 82%, 1.00%p는 18%으로 나타났다. 회의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에 나올 예정이다.

전일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율하락에 영향을 줬지만 이날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하면서 환율상승으로 전환됐다.

무역적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로 인한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 및 환율상승 우려가 확산된 영향도 있다. 이날 관세청은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전년대비 수출액은 줄고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41억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는 6개월째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무역수지가 외국인 주식 매매행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특정 월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그 다음 달에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보다 평균적으로 28.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석모형을 토대로 예측한 결과 올해 9월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확률은 75.6%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지난 6~15일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281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56년 관련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달러 적자)과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133억달러 적자)보다도 부진한 수치다.

무역수지 적자규모를 3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한다는 대답도 40.0%에 달했다. 응답자 53.3%는 무역수지 적자폭 정점을 지난달로 봤다. 리서치센터장 86.7%는 늦어도 11월내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최대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가 끝나는 시점은 응답자 대부분이 내년 2월 초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향후 최고가를 평균 1422.7원으로 예상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역과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는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세제지원 등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