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저간의 사정에서 당초 초대받지 않았던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회의'에 급작스럽게 초청 받아 간 자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짧은 조우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속상할 법도 하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사전에 참석하기로 한 중요한 행사 2개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듯 중요한 다른 행사를 펑크내고 급하게 찾아가서까지 48초의 회동이 전부였다면, 그 짧은 시간에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부터 서운했을 법하다.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논란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하면, 더구나 외교 무대라는 중차대한 국익 문제를 고려해보면 더욱 이해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성과를 내고 싶은 대통령의 열정으로 말이다. 지지율 회복이 절실한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절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상한 마음이 사적 발언으로 표출된 곳이 하필이면 여러 정상들이 모인 공적 행사 자리이니, 카메라에 포착된 것도 운이 나빴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했다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발언은 인간적인 속상함의 표출로 이해하고 싶더라도, 어찌됐든 외교적 결례이고, 실수임이 분명하다.
어쩌랴 이미 내뱉은 발언을 주워담을 수도 없고, 가능하다면 빨리 인정하고 수습하는 게 최선이지 않았을까?
물론 파장이 엄청나게 확산하고, 국내 뿐 아니라 외신에서도 보도되면서 수습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렇기에 무리한 해명이 나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김은혜 홍보수석의 무리한 해명이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예견됐듯이 소음을 제거한 버전으로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 당시 옆에서 수행했던 박진 외교부장관 역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의회와 무관하다며 방어에 나서면서 논란이 사그라지기는 커녕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언론들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빗대 이번 사태를 조망하고, 심지어 미국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소환하면서 대통령실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박진 장관 등이 문제를 확산하려고 일부러 해명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심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진화하려는 의도에서 해명했겠지만 의도와 달리 진화되기는 커녕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사과했으면 초기에 불길이 잡혀 오히려 진화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수석의 해명은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패러디 되어 밈과 패러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 '날리면'이라고 바꾼 게시물 등이 돌아다니고, 소음을 제거한 윤 대통령의 발언 동영상도 200만 조회수를 넘겼다는 보도도 있다.
대통령실의 충심이 왜 지록위마와 워터게이트 사건을 상기시키는지에 대해 대통령실과 참모진들이 곰곰히 따져봐야 할 듯 싶다. 진정 윤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여전히 무리한 해명으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지, 국민들과 언론과 세계를 향해서 무리한 해명으로 진정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지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남 후 미국 의회에 대해 막말을 했다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논란이 일고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