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硏, '미국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규제' 분석
"美가 韓에 협조 요청땐 국내산업 피해 적게 규제 유도해야"
"고급 인력 유출 방지하고, 공정 미세화 등 적극 지원 필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의 AI 기술개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파트너국과의 협조를 통해 추가적인 규제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대역 메모리' 수출 금지에 대한 협조하는 등의 방식을 거론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사진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대중(對中)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주요 파트너국인 한국에 '규제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 미국·일본·대만 4개 국가가 모여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인 '칩4(미국명 Fab4)'를 통해서다. 이 협의체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국내 반도체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유도하고, 중국의 AI 반도체 국산화 노력에 따른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AI 기술개발에 활용도가 높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인 엔비디아의 A100·H100과 AMD의 MI250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실시한 상태다(8월 26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술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7일 발간한 '미국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규제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이번 규제로 (중국이)AI 기술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중국에 대한 모든 그래픽카드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체품을 통한 연구개발 등이 이루어질 수 있어 중국의 AI 연구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중국의 AI 기술개발을 막으려는 미국의 견제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게 KIEP의 주장이다.
KIEP는 미국이 추가로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규제로 ①엔비디아의 쿠다(CUDA) 프레임워크에 대한 중국 내 사용 제한 ②중국 내에서 미국 데이터센터의 그래픽카드·ASICs 이용 서비스 사용 금지 ③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CPU)에 대한 수출규제 등을 지목했다.
특히 파트너국을 통한 조치로는 고대역 메모리에 대한 수출규제를 언급했다. KIEP는 "AI 반도체의 핵심 구성요소인 고대역 메모리의 주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중국 최신 규격 메모리 수출 금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봤다. 고대역 메모리 사용은 AI 반도체 제조의 중요한 부분으로, 중국이 독자적으로 그래픽카드를 설계하기 위해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협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와 TSMC의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중국으로부터의 위탁 생산을 금지하는 규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메모리 규격이나 공정 단위를 대상으로 한 규제는 관련 제품 수요를 크게 저하할 수 있기에 지양해야 한단 목소리다. KIEP는 "고대역 메모리는 실질적으로 고성능 그래픽카드 전 품목 수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를 요구할 경우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AI 반도체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트너국을 활용한 제재도 이번 수출규제 대상의 품목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IEP는 또 "한국은 AI 기술개발에 활용되는 반도체 생산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인력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K-반도체 전략을 통해 EUV 기반 7nm 이하 첨단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러한 핵심 기술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