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석유제품 가격 하락... 교역조건 악화-실질소득 감소 영향
8월 수입금액지수, 1년 전보다 약 29%↑, 수출금액지수는 7.2%↑
기업 수익성 악화... 경상적자 발생 시 환율 관리에도 비상 걸릴 듯
블룸버그 "아시아 금융위기 초래할 수도... 원화, 페소화와 함께 취약"
◆…9월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13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 컨테이너 야적장 모습［사진=연합뉴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184.49·2015년 100기준)는 1년 전보다 28.8% 오르며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수입물량지수(136.17) 역시 13.4% 높아져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반면에 8월 수출금액지수(136.84)와 수출물량지수(122.43)도 1년 전보다 각 7.2%, 5.1% 오르는 데 그쳤다.
반도체 가격 급락과 석유제품 가격 하락이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8월 수입금액지수는 184.49로 전년 동월 대비 28.8% 오르면서 21개월 연속 상승했다. 제1차 금속제품 감소에도 광산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증가했다. 수입물량지수(136.17)는 전년 동월 대비 13.4% 올라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상품별로는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8월 수출금액지수는 136.84로 전년 동월 대비 7.2% 올라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가 줄었지만 석탄 및 석유제품, 운송장비 등이 증가했다. 수출물량지수(122.43)는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해 두 달째 올랐다.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으로 수출 증가 폭이 감소한 셈이다.
이에 따라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로 전년 동월 대비 10.3%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도 0.3% 하락해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7개월 연속 하락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수다. 8월 지수 82.49의 의미는 수출상품 한 개를 팔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이 0.82개라는 의미다.
결국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국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높인다. 기업의 수익성 역시 악화된다.
시장에서는 8월 무역수지가 역대 최다(94억7천만달러)로 발생한 만큼 경상수지 역시 적자 가능성을 높게 점쳐오던 중 8월 교역조건지수가 역대 최저로 급락하면서 경상적자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내주초 한은은 8월 경상수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8월 경상수지 적자가 확정되면 지난 4월에 이어 넉달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66억7천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6.6% 늘었고, 수입은 661억5천만 달러로 28.2% 증가해 무역수지는 94억7천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그래픽=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블룸버그는 '강(强)달러' 기조 속에서 원화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 필리핀 페소화와 함께 가장 취약하다고 꼽았다. 이같은 진단의 배경에는 일본과 중국 양국이 아시아 경제와 무역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임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은 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운다"고 지적하면서 경상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원화가 필리핀 페소화와 더불어 아시아 각국 통화 중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았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약 292억달러(9월 20일 현재)에 이르고 있고,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 중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무역금융 공급 강화와 물류비 지원 등 수출 활력 제고 대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