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금리·고물가...‘3高’가 반가운 기업들

고환율, 완성차·의류 OEM 기업 수혜
고금리, 은행보다 보험주
고물가, 음식료 등 필수소비재

글로벌 긴축 기조와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의 ‘3고’ 시대에 맞는 투자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증시 전문가들은 “우량주와 경기방어주를 위주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고환율...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 수혜
 
자동차와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과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등 강달러에 따른 환차익이 기대되는 업종이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금리, 고물가는 대부분 기업의 주가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환율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의류 업종에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대차, 기아 등 미국향(向)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 특히 유리하다”며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실적보다 매크로 상황의 안정이 우선이다.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현대차와 기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환율 오름세가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 7230억원, 기아 주식 2659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의류 OEM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의류 OEM ‘빅3’인 영원무역, 한세실업, 화승엔터프라이즈의 합산 달러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8% 증가했는데, 환율 효과로 원화 매출은 52% 늘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원무역의 경우 100% 수출기업으로 환율 상승에 따라 수출 채산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환율 상승에 따라 국내에서 지출하는 판관비의 매출액 대비 비중이 2019년 20% 수준에서 12%까지 하락하며 영업이익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환율이 수출기업의 수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국내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달러를 제외한 여타 통화들이 동반 약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원화가 특별히 가격경쟁 우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또 한국의 교역 상대국들이 모두 경기침체 우려를 안고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은행주에 중요한 건 금리보다 ‘경기’

통상 은행주가 금리상승기 수혜주로 주목받아 왔지만 지금은 은행보다 보험주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은행의 예대마진은 확대되겠지만 대출수요 감소 등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국내투자전략팀장은 “경기 침체 시 대출 수요가 줄고, 가계경제 타격을 우려한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며 “배당 관점의 접근은 유효하다. 4분기에는 배당주도 관심 가져볼 만하다”고 봤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통 금리상승이 경기호조를 반영하며 금융주에 긍정적이나 지금은 고강도 긴축과 금융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며 “보험 업종이 상대적으로 업황 변동성이 적어 주가 위험이 낮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보험은 본질가치와 손익 모두에서 금리상승의 혜택을 오롯이 받는 금리 수혜주”라며 “시장금리 상승은 순자산가치 증가로 연결되고, 보험료 인하에 따라 판매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고물가...가격이 올라도 사는 ‘필수소비재’

유통·식음료 업종은 물가상승에 따라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고물가 수혜주로 거론되지만 한편으로는 수요 감소에 따른 경기침체 영향도 불가피하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물가에 따른 수혜 업종을 굳이 찾는다면 물가가 높아도 소비를 해야 하는 필수소비재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식품 등 경기 방어주나 업종 대표주에 주목할 만하다고 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은 원가상승 부담을 판가 인상으로 전가할 수 있고 소비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판매량 성장이 가능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곡물가격 등 원재료 단가 안정화 국면에서 수익성 개선 효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유통 업종에서 BGF리테일, 음식료 업종에서 농심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그는 “BGF리테일은 인플레이션 수혜와 편의점 출점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며 “농심의 경우 주력제품 가격 인상, 북미법인 중심 판매량 성장에 힘입어 실적 개선 모멘텀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변동성 장세엔 방어적 전략...현금 보유도 중요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급격한 비중 확대나 축소보다는 방어적·보수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총 최상위 우량 기업 및 경기 방어주를 중심으로 압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부분 현금 확보를 통해 포트폴리오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국내투자전략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외국인에 비해 정보접근성과 즉각적인 대응력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이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우량주 적립식 장기투자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피해야 하는 일은 손실에 따른 고통 때문에 다 팔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것”이라며 “주식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이다. 단기적인 손실 때문에 주식시장을 떠나면 장기에 걸쳐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수익을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봤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현물을 매수하고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이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라며 “증시가 보합권이거나 약세일 때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는 만큼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를 가져가되 변동성을 줄이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의 구체적인 사유가 등장하며 정책 스탠스의 변화가 감지될 시점인 만큼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투자 우선순위는 주식보다 채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