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통해 적은 금액의 돈 모으는 '앱테크' 인기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 통해 안쓰는 물건 팔아 부수입
전문가 “MZ세대, 소소한 성취감 느끼는 갓생 트렌드 유행"
◆…고물가에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등 점심 비용 부담이 커진 5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도시락 등 음식이 진열되어 있다. 2022.7.5 사진:연합뉴스
무섭게 치솟은 물가 상승에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짠테크족이 크게 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주식,가상화폐 등 사회 전반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야 투자), '빚투'(빚을 내서하는 투자) 현상까지 나타났지만 금리인상으로 자산 가치가 내려가자 소비심리도 덩달아 얼어붙고 있다.
경기 침체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MZ세대들의 '짠돌이 재테크'(짠테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마전까지 소비 문화를 이끌었던 '플렉스'(소비 과시),'욜로(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월 저축만으로 1억을 모아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곽지현씨가 화제였다. 곽씨는 한 달 식비로 8000원을 쓰는 등 지출을 최소화해 월급 200만원의 대부분을 저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청약에 당첨돼 곧 집주인이 될 예정인 곽씨는 본인의 '절약 습관'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현재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유튜브를 운영중이다.
직장에 다니는 유튜버 '강과장'(38)씨도 '짠테크'로 유명하다.교통비, 통신비, 각종 소비를 절약하고 꾸준히 저축해 10년 만에 약 2억원 가량을 모았다. 강과장은 월급의 60~80%를 저축한 덕에 전세를 끼고 실거주할 내 집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지만 건강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면서 너무 무리한 절약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7% 올랐으며 특히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6.1%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하루 지출 0원을 실천하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SNS에 ‘무지출' '짠테크'관련 게시물이 수만 개에 달하고 있으며 포인트 혜택이나 생활비 절약 방법 같은 '꿀팁'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짠테크 가운데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앱테크’다. 앱테크란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적은 금액의 돈을 꾸준하게 모으는 것을 뜻한다.
◆…자료:인크루트 제공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7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앱테크를 하는 이유로는 ▲자투리 시간에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32.3%) ▲소액이라도 저축하고 싶어서(30.1%) ▲모은 포인트로 생활비 절약(19.0%)을 꼽았다.
앱테크로 버는 수익은 하루 평균 312원었다. 한달 기준으로는 3000원 미만(37.2%)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5000원~1만원 미만(21.1%) ▲3000~5000원 미만(20.8%) ▲1~3만원 미만(10.5%)이 뒤를 이었다. 소수지만 20만원 이상(1.6%) 버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하는 앱테크 유형은 ▲출석체크 후 적립금 수령(57.8%‧복수응답) ▲광고 보기 후 적립금 수령(54.2%) ▲만보 걷기 등 챌린지(46.1%) ▲설문조사(4.1%) ▲상시노출형으로 잠금해제 시 적립(26.6%) 순이다.
앱테크는 각 앱에서 제공하는 임무(운동,기상,설문조사,출석체크 등)를 수행하면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회원가입만 하면 쉽게 참여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토스 만보기''캐시야' '무브캐시' ‘ONE워크’ '웰뱅워킹' 등 만보기 형 앱들이 있으며 휴대폰이 측정한 걸음 수만큼 포인트가 쌓여 현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앱 '모니모'는 한 달간 출석체크를 하면 리워드 '젤리'를 제공한다. 신한카드의 'pLay오락실'은 게임을 하면서 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다. 한국리서치, 인바이트, 서베이링크 등은 설문조사 후 현금이나 포인트가 지급된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와 캐시카우,머니야는 영수증을 인증하면 보상혜택을 준다. 다만 네이버 마이플레이스의 경우 오는 10월 31일을 기해 '영수증 리뷰 포인트 지급 이벤트'를 종료할 예정이다.
여러 사이트를 찾아다니기 귀찮다면 각종 이벤트 및 할인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슈퍼투데이'의 경품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앱테크'와 더불어 쓸모없는 물건을 팔아 중고거래로 부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들은 주로 당근마켓,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옷,책,경품 등 다양한 품목들을 내다팔았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6월 월간순이용자수(MAU)가 작년 12월(1700만명) 대비 5.9% 증가한 1800만명으로 집계됐다.
'짠테크'의 최대 걸림돌은 식비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외식비가 크게 오르자 집에서 아예 도시락을 싸 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마트와 편의점에도 간편식사류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해 이마트의 경우 올해(1월~7월) 간편식사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라스트오더 화면 캡처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사먹는 자취생들은 근처 편의점 등의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40~50% 할인해서 파는 ‘라스트 오더’ 앱을 이용해 저렴하게 해결하고 있다. 식비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냉장고 파먹기(냉파)'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냉파'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들이 일상을 관리하는 챌린지 앱을 통해 소소한 성취감을 얻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한다.
조가연 슈미트 수석팀장은 지난 6월 KBS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 출연해 "요즘 MZ세대는 소비보다는 아주 작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방식들의 재테크와 건강 지향적이면서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다"며 "갓생을 산다고 해서 '갓생 트렌드'(신+인생·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삶)라고도 불린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하루의 일과를 챙기는 것들이 반강제적으로 필요해졌다"면서 "스스로 공부를 하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등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을 지향하다 보니 챌린지 앱의 사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