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국감서 '법인세율 인하 논쟁'
與 "투자 진작, 세수 증대에 기여"
野 "낙수효과 없어…MB때 경험해"
입김 세진 巨野에…국회통과 '빨간불'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법인세율 인하를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은 지난 4일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목표로 추진하던 조세정책이 좌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얘기다. 정부·여당은 법인세율을 내리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깨울 수 있다고 주장을 펴는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낙수효과는 없다'며 되려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설득 시키지 못 해서는 법인세율 개정이 불가능하다.
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인세율 인하를 두고 여야 간 큰 시각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보는 기업은 상위 0.01%"라며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고 따졌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도 "초대기업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한다는 건데 그런 경험칙이 어딨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의원 역시 "마치 중소기업에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말장난하는데 결국 중소기업 한 곳당 혜택은 26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7월21일)한 세제개편에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4단계 구간에 따라 10~25%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사실상 2단계(과표 5억원 이하 10% 특례세율 구간 제외)로 좁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과표 3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이 적용받는 세율은 25%에서 22%로 낮췄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법인세 인하를 공약했었다, 소신은 다르지만 국가에 도움이 되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대기업의 법인세 감소로 투자 확대가 되면 당연히 같이 기업을 운영하는 협력업체나 중소·중견기업들, 골목상권까지 다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며 "결국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다 감세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재위 국정감사에 참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정부 역시 이러한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법인세라는 것은 결국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과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법인세 부담을 줄이면 투자와 일자리의 경제 선순환으로 간다"며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좋은 기업을 유치하려고 세제도 낮추고 보조금도 줘서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려 정말 애를 많이 쓰는데, 우리도 투자도 늘리고 생산성도 높이고 일자리도 만드는 쪽으로 정책을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를 안 하면 세금을 더 물린다는 일종의 규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세만 했을 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정부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옛 기업소득환류세제) 폐지하는 안을 제출해서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투자 등을 확대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기업이 투자 등에 소극적일 때 활용할 수 있는 세제 수단은 없애려고 한다"고 지적하자, 추 부총리는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효과가 없고 규제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와 폐지안을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2년 유예하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두고도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지난해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0.8%에 불과했다"며 "정부가 금융투자소득 상위 1%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추 부총리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원칙과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시장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금투세)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러 시장 상황을 보면 굉장히 변동성이 큰데, 이럴 때 주식시장과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변화하는 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일 열린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야당은 법인세 인하, 종부세 완화 등이 모두 '부자 감세'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공세를 펼쳤다.(사진 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에서는 소수의 부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공세를 폈고, 여당은 주택 수에 따라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과세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단 목소리였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국민은 자기 잘못이 아닌데 종부세 부담이 늘어났다"며 "종부세 최고세율은 2019년에 일반 3%, 다주택자는 6%까지 올랐다. 누진과세로 하면서 다주택자에 세율을 과하게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지적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의 종부세율이 0.6~3.0%인데 비해 2주택 이상(비조정지역은 3주택 이상)이면 1.2~6.0%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데, 정부안은 단일 누진세율(0.5~2.7%)로 고쳤다. 주택 수가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상위 1%가 1인당 7.2채를 보유하고 있고 상위 10%가 전체 주택의 21%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0% 평균주택자산가액은 13억9000만원으로 하위 10%에 비교하면 47배"라며 "소수의 다주택 보유, 고가주택 보유 상황에서 1가구 1주택 감면 기준 상향, 다주택 중과세 폐지가 옳으냐"고 따져물었다.
추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 도입후 2018년까지는 다주택자를 별도로 중과하지 않았고, 이후 2019년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시장을 관리하겠다며 세율을 높였다"면서 "주택수가 많다고 해서 징벌적 과세는 불합리하다. 가액기준 체계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속세 부담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추 부총리는 "내년에 유산취득세 체제로 바꾸겠다"면서도 "전반적인 상속세 조정은 아직까지 사회적 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