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중 반도체 갈등, 삼성전자에 순풍될 것"

최근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 영향으로 되레 도움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의 정치화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초와 비교해 40%가량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3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재고가 증가하면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이전 분기 13~18%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도 15~20%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는 삼성전자의 3~4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삼성이 불황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대만 TSMC와 경쟁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오는 2027년까지 반도체 생산능력을 3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대다수 반도체를 자사 완성품을 위해 만들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선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를 둔 TSMC에 뒤처져 있다.

WSJ은 "삼성전자의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고려할 때 파운드리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모습이 합리적"이라며 "대만의 지정학적 긴장을 이용하는 동시에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에 정치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줄 전망이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겠으나, YMTC(창장춘추)와 같은 메모리칩 분야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 신규 공장을 짓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에 따른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WSJ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안한 상황이 꽤 오래가겠으나, 삼성전자는 정치적 풍파가 있는 힘든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