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증시 반등 아닌 시장 안정화 목적”

하나證 “단기반등 가능하나 상승 추세전환은 힘들 듯”
신한證 “반대매매 물량 흡수 여력 충분”
외국인 지분 줄여도 ‘안전판’...대형주 수급 안정성 기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증안펀드 재가동과 관련해 출자기관과 실무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신우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장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증시가 추가로 급락한다면 증안펀드를 긴급 가동할 수 있겠지만 현재 시장은 그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투입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증안펀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조성했던 10조76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에서 10조원,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에서 7600억원을 공동출자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패닉셀(공포매도) 장세나 기타 신흥국 대비 과도한 조정 등 이상징후가 확인돼야 증안펀드가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는 증시 반등이 아닌 안정화에 목적이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동 직후 단기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상승으로의 추세 전환은 힘들다. 패닉장에서의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이번 글로벌 긴축, 침체 우려로 인한 조정은 국내 한정 리스크도 아니고 코스피를 구원해줄 유동성도 없다”며 “금리상승으로 인한 비용상승, 유동성 축소 과정에서의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며 패닉셀로 인한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는 시장 참여자의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데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증안펀드의 목적은 증시 부양이 아닌 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증안펀드는 신용융자 청산 물량의 악성 매물화를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 팬데믹 기간 급증한 신용융자잔고는 주가 급락기에 악성 매물로 작용한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반대매매가 이뤄지는데 이로 인한 매물 증가가 주가를 끌어내리게 된다.

최 연구원은 “시총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극단적으로 감소한다면 코스피 5조원, 코스닥 3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증안펀드 규모는 10조원으로, 다른 주체의 매수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악성 매물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 지분율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증안펀드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지분율은 2020년 이후 32개월간 코스피 7.6%p, 코스닥 1.8%p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이 2020년 이후 평균 속도로 지분을 줄이고 다른 매수 주체가 없다면 10조원은 이를 두 달가량 받아낼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증안펀드가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 대형주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증안펀드는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과거 사례에서 코스피, 코스닥을 일정 비율로 나눠 담았던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150 수급 안정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