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체납·탈세로 '자격 박탈 모범납세자' 115명
근로자도 상 준다지만 극소수…"존폐 여부 검토해야"
국세청장 "성실납세 확산 기여…선정·사후검증 꼼꼼히 파악"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모범납세자 제도의 존폐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사진 국세청)
모범납세자들이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세무조사 유예라는 특혜를 받는 동안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탈세 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납세의 모범'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결정될까라는 물음표까지 달리면서,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거나 아예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모범납세자 중에서 자격 박탈이 된 모범납세자가 115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2017~2022년)간 기준으로, 체납과 탈세 등에 따른 것이다. 국세 체납이 절반(52명)에 육박했고 소득 적출(26명)·거짓세금 계산서 수수(15명) 순으로 많았다. 조세범으로 처벌받은 모범납세자도 4명이나 됐다.
이 의원은 특히 모범납세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문제 삼았다. 2020년부터 '아름다운 납세자' 선정에 근로소득자들도 포함한 부분이다. 이 의원은 "근로소득자가 1950만명인데, 딱 17명 선정됐다. 원천징수를 당하는 근로자가 많은데 극소수만 특혜를 주고 있다"라면서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선정)요건도 부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모범납세자 제도는 여러 문제점만 야기할 뿐 제도의 목적과 방향성은 상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모범납세자 제도의 존폐 여부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범납세자는 한 해 1000여명씩 선정되고 있다. 최대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고, 세금 납부기한을 연장하고자 할 땐 최고 5억원 한도 내에서 납세담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때 전용 휴게 공간, 대출금리 할인 등 혜택도 있다.
이렇다보니 이른바 '먹튀' 논란까지 따라붙는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자격이 박탈된 모범납세자를 언급하며 "다양하고 많은 혜택을 받고도 세무조사 유예 등 각종 혜택을 악용해 탈세행위를 해 왔던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모범납세자로서 지위를 누리며 받아왔던 각종 혜택을 환수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범 납세자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범납세자들이 세무조사 유예라는 '방패막이'를 삼아 탈세를 일삼는데도, 국세청은 제도 폐지는 않겠다는 모양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모범납세자 제도는 성실납세에 대한 예우를 통해 성실납세문화에 기여했다는 다수의 평가가 있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정기준과 사후검증을 꼼꼼히 파악하겠다"고 했다.
현재 체납액이 없거나 일정금액 이상의 결정세액을 납부하는 등 모범납세자 선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만, 잠재적 탈세자를 걸러낼 마땅한 장치는 사실상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