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직설화법 논란에 "모호한 발언, 중앙은행의 미덕"

美피터슨 연구소 강연 "'포워드가이던스'를 약속처럼 여겨"

"미래 금리 예고, 가급적 언급 피하는 것이 미덕"

"한국은행, Fed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

"美, 강달러 기조가 세계 경제 부정적 영향 우려"

"한·미 통화 스와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총재는 "제가 전보다는 직설적이지 않고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는 중앙은행원으로서 배워야 하는 미덕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생각을 시장과 보다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7월에 금리인상폭을 25bp로 미리 제시했었다"며 "그러나 9월 들어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기대 강화로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고 말했다.

이어 "7~8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25bp 인상 기조는 9월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이야기했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만, Fed(미 연방준비제도)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라는 말로 미리 설명을 하기도 했었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commitment)’이나 ‘약속(promise)’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재는 7월부터 고수해온 0.25%포인트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으나 9월 말에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금융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오히려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시장의 비판에 "어느 속도로 이런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중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시사했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많은 시기"라며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 여러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변화는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선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스와프는 미 연준이 결정하고 우리는 글로벌 유동성 상황이 변화할 때 미국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