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통관부호 도용, 10건 중 7건은 '해외수출자' 소행

올해 들어 9월까지 발생한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사례 가운데, 10건 가운데 7건은 '해외수출자'의 소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인천공항세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접수된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신고는 총 1198건으로, 이 가운데 1160건에서 실제 도용 피해가 발생했다.

도용 사례 가운데, 해외수출자에 의한 도용이 836건(69.8%)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국내주문자·가족·지인 60건(5.0%), 국내판매자 20건(1.7%) 순이었다. 도용주체가 확인된 916건만 놓고 본다면 90% 이상이 해외수출자에 의한 도용이었다.

이에 따라 개인통관고유부호 재발급과 사용정지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재발급 건수는 2017년 1만1000여건에서 2020년 1만7000여 건으로 차츰 증가해 지난해에는 3만1000여건으로 급증해 2017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사용정지 건수도 2017년 2200여건에서 2020년 4100여건에서 2021년에는 5800여건으로 2017년 보다 2.6배가 늘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개인에게 부여되는 개인 식별 고유번호로 해외직구를 할 때 필수적이다. 직접 해외쇼핑몰을 이용하거나 구매대행 업체를 통하더라도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입력해야만 구매가 진행된다.

최근 들어 해외직구가 늘어난 만큼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도 크게 늘었다.

올해 8월까지 개인통관고유부호 누적 발급 건수는 2205만건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2명 중 1명은 통관부호를 발급받은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수집된 개인통관고유번호가 타인에 의해 도용되더라도 명의도용 피해자가 금전적 피해가 없다면 명의도용 신고 후 재발급을 받거나 사용정지 신청을 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통관부호를 이용해 상업용 물품을 자가 사용 물품으로 위장 반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악용 사범 적발 규모는 2020년 69건(104억원)에서 지난해 162건(281억원), 올해 1∼8월 120건(388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태호 의원은 "해외직구가 늘면서 통관부호 도용피해도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대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든 피해는 도용당한 해외직구 소비자가 입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해외수출자에 의한 통관부호 도용방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