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이유…“높은 물가, 환율 상승에 정책대응 강화 필요”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지난 8월보다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7일 한국은행은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로 정책대응을 강화’를 블러그에 올리며 빅스텝(한 번에 0.50%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 물가 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하방 경직성이 큰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5%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게다가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지수근원물가의 경우 수요측 물가압력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4%대를 이어갔다.

이에 더해 최근의 빠른 환율 상승은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에 엔화·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한은의 내부 분석 결과에 의하면 원·달러 환율 변동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과 같은 환율 상승기와 고물가 하에서는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향후 국제에너지가격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로 9월말 80달러대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 등으로 다시 90달러대 초중반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큰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홍경식 통화정책국장·박민철 정책총괄팀 과장은 블로그에서 “10월 기준금리 결정에는 환율 상승으로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된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다”며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수준 등을 직접적으로 타겟해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지만 환율을 통한 물가 상승압력 증대와 자본유출입 등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에 대해서는 정책결정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