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경제, 성장세 약화 전망…물가는 높은 오름세 지속”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세 둔화흐름이 이어지고 물가는 5% 이상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17일 한국은행은 10월 조사국 경제동향 블로그에서 ‘최근 경제상황 및 주요 리스크 요인’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수출은 對中수출 둔화, IT경기 하강 등으로 증가세가 약화됐고 투자의 경우 설비투자가 반도체제조용장비 도입 증가 등으로 개선됐으나 건설투자는 분양지연 등으로 부진을 지속했다. 한은은 이러한 성장세 둔화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에 이어 9월에도 5%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근원물가도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4%대 초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증대된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이 경상수지는 에너지수입 급증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흑자폭이 크게 축소됐으며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이어나가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은 월별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경기 역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 연준의 긴축기조 강화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對유럽 가스공급이 축소되고 지정학적 긴장도 고조되면서 에너지 수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경기 부진과 도시 봉쇄조치 지속으로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최근에는 수출증가율도 크게 둔화됐다. 한은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 중국의 경기가 동반 위축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에서도 금리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문의 둔화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리상승은 주로 부동산가격 하락과 이자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민간소비의 회복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약부문에서 그 영향이 클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내외 여건 변화로 물가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으로 향후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빠르게 높아지는 환율이 유가하락에 따른 물가하방압력을 상쇄하면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이러한 고환율 상황이 주요 산유국의 대규모 감산 등에 따른 유가 상승과 맞물릴 경우 향후 물가상승압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 경제는 높은 물가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경상수지 흑자폭은 축소되었다”면서 “물가뿐 아니라 경기, 대외부문 등 여러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5% 이상의 높은 물가오름세가 지속되고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이 중요한 시점에서는 대외균형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