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가볍게 보지마라!
지난 9월 23일, 영국 트러스 총리는 대규모 감세를 통한 성장정책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당 지지율이 급락하여 정책 발표 열흘만인 10월3일 상위 1%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하 정책을 전격 취소했다. 그래도 수습이 되지 않자 10월 14일 법인세율을 전 정부의 계획대로 19%에서 내년 25%로 올린다고 밝히고 '정치적 동지'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경질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한 감세안으로 트러스 총리는 집권 한 달 만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마피아 중에 가장 악명 높은 알 카포네가 감옥에 간 것은 폭력이나 밀수가 아니라 탈세혐의 때문이었다. 당시 악명 높은 마피아가 세금 때문에 감옥에 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미국인들이 앞 다퉈서 체납한 세금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내기를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고 애국하는 길이다. 세금내지 않고 지도층이 되려고 하는 것은 동창회비도 내지 않고 동창회장이 되려는 것처럼 몰지각한 일이다. 그래서 선진 외국에서는 기업가나 부자들이 탈세를 하면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되어 사회에서 도태되기도 한다.
세금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국가는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국민은 세금 내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사회는 세금 많이 내는 사람들을 칭송하는 그런 나라를 꿈꾸며 나름 선정한 세금 관련 10대 경구를 소개한다. 이 안에 우리 조세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세금 관련 10대 경구(警句)
⇒올리버 홈즈 미 대법관은 "세금은 문명사회에 사는 대가", 케네디 미대통령은 "세금은 시민권의 연회비(annual price of citizenship)"라고 정의했다. 이제 세금은 정부가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박탈의 개념이 아니고 국민들이 국가운영비용을 세법에 따라 스스로 내는 참여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편익원칙(benefit principle)에 따라 큰 평수와 로열층에 사는 입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리비를 부담하는 것처럼,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주어야 한다.
⇒‘新稅는 악세다’라는 얘기가 있다. 세금은 민주시민의 의무이자 권리이지만 새로운 세금이나 증세에 대해서는 우선 강한 거부감을 갖는 것이 현실이다. 조세당국은 국민이 공감하는 세제가 가장 좋은 세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취지가 좋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최근 영국에서 보듯이 현대판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되어 실패한다.
⇒세금의 생명은 공평성이다. 누구나 내기 싫어하므로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담시켜야 납세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사회경제적 목적을 위해 비과세 감면을 확대하거나 세금을 각종 정책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국세청은 성실납세자에게는 한없이 공손하고, 탈세자에게는 끝까지 추적해서 엄정하게 과세하는 양면의 얼굴을 지녀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최고의 세금이다. 세금은 기업 경영과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조세당국이 무리하게 과세해서는 안된다.
⇒행정이 뒷받침 될 수 없는 최선의 조세보다는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차선의 조세제도(second-best tax)가 보다 바람직하다. 조세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세무행정-국민의 납세의식」이 균형 있게 발전되어야 한다.
→세금은 국회에서 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부과하거나 징수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는 죄형법정주의와 함께 근대적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며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가 내는 세금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국회가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행정부의 과세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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