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금융위에 징계하지 말라는 내용 지시한 바 없다"
검찰 "사표 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불공정 행위"
◆…자녀 입시비리·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0.21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서 사표를 받아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인 2018년 8월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진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 정책국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을 약 3개월 만에 중단시켰다.
논란이 불거지자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에서 사직했다. 이후 징계 조치 없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과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으로부터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9년 12월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민정수석으로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책임졌던 조 전 장관을 2020년 1월 기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사표 지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측에게 "민정수석비서관이 공무원(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할 권한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은 (내가 아니라) 민정수석실 내부 의견이었을 뿐"이라며 "금융위에는 그저 감찰 결과와 함께 '상응하는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고 답했다. 이어 "민정수석이 구체적인 인사 조처를 지시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돼 포괄적으로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당한 징계를 받지 않고 사표 내고 나갈 수 있는 게 엄청난 호의다”며 “사표 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불공정행위라는 사회적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금융위에) 징계를 하지 말라는 어떠한 내용도 지시한 바 없다"고 반론했다.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특감반장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비서관들 사이에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무적 관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선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 판단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