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정책' 세미나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 직전 단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장기불황을 막으려면 공급부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고물가에 낮은 성장률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하 스태그)' 초입단계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내년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가 무너져, 경기불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하지 않게 하려면 반시장적인 제도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4일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정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고, 한국은 초입단계"라고 평가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은 9월 물가상승률이 8.3%로 2000년 이후 평균치(2.6%)를 훌쩍 넘어섰고, 1분기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2.1%)과 비교해 2.7%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0.6%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DP)갭 역시 마이너스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스태그 직전 단계'라는 게 조 실장의 진단이다.
조 실장은 "대공황 이후의 뉴딜정책이나 닉슨의 가격통제 정책 등 재정확대 중심의 반시장적 경제정책은 실패했다"며 "정부지출 삭감,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혁신을 도모했던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즘을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건의 공급주도 경제정책은 물가를 10.4%에서 4.2%로 낮추면서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8%로 끌어올리고 1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반면, 동시대에 증세·규제 강화를 추진했던 프랑스는 전 세계적 스태그 해소(1983년) 이후에도 물가상승 지속고 실업률 증가 등 경제불황이 장기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공급부문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선심성 경제정책으로 일관하다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내년 일몰 예정인 기업활력법의 상시화 및 대상 확대를 통한 기업의 사업재편 지원과 규제개혁·노동개혁 등 반시장적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경기 위축 방지를 위해서는 인상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한국경제연구원)
'성장률 1.9%' 한국 경제, 내년이 더 암울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경제동향과 전망' 발제를 통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경기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7%로 1%를 하회했고, 전년동기대비 성장률도 2.9%에 그쳤다. 특히 이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온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가 줄었다"며 "역대 최고 수준의 수출실적에도 불구하고 원유·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으로 수입이 더욱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의 높은 상승세(5~6% 수준) 지속, 한은 기준금리 인상, 환율 급등 등을 최근 경기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고용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는데, 올 2분기 3.0%를 기록했던 실업률은 8월에 2.1%, 9월에 2.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 결정(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대해 이 부연구위원은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벌어진 한·미 정책금리 격차를 좁히고, 고환율과 고물가 대응을 위한 것"이라며 "2023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및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1756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1600조원의 기업부채는 금리인상의 최대 장애요인"이라며 "특히 88조원의 취약가구 부채와 442조원의 자영업자 부채, 171조원의 한계기업 부채 등 취약차주의 부채가 워낙 커 이자부담에 따른 부실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 부연구위원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등 대출구조 변화를 통해 채무상환 부담을 낮춰 가계부채의 구조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45%까지 높이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3%, 내년 1.9%일 것이라며 암울한 예측치를 내놨다.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소득이 줄며 민간소비 증가율은 내년 2.5%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올해는 3.0%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수출둔화 추세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위축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올해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흑자 감소의 영향으로 200억 달러 중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3.5%의 물가상승률, 1455원의 원·달러 환율을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적 위기에 대해 "복합적 위기의 인식 속에서 체감경기가 부진하고, 실물경제 위축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