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전문지 닛케이 아시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딜레마에 빠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기사를 통해 “양사가 중국 규제조치로 인한 생산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1년간 유예라는 조치가 있기는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규제에 따라 일부 유예 또는 면제를 받은 가운데 중국에서 메모리 칩을 생산하기 위한 플랜B(새로운 전략)를 마련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양사는 미국이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 기술이 이용된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중국 생산 비중이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사업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 아시아는 업계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면제가 미래를 보장하는 신호가 아니라 중국 사업에 대한 경고로 읽고 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의 40% 이상을 중국에서 담당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D램 칩의 40%가 중국에서 제조된다. 낸드와 디램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이다.
양사는 미국 정부가 회사, 공급업체 및 비즈니스 파트너에 추가 라이선스 없이 향후 12개월 동안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유지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예기간 이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
한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미국이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원전 수출까지 막고 나서는 상황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24일, 인텔과 미국 정부, 그리고 반도체 설계와 장비회사들로 업계 동맹까지 결성하고 인텔의 파운드리 제품을 구매토록 암묵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의도를 짐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가 “1년 후에 어떤 상황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마는 연장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라며 “미국 정부가 사안별로 허가를 줄 수도 주지 않을 수도 있어 사업전망은 밝지 않다”라고 말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3위 메모리 제조업체 마이크론을 키우려는 속셈으로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달리 중국 생산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반도체 분석가 브레디 왕(Brady Wang)은 인터뷰에서 “첨단 메모리 칩 공장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설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미국 금수 조치로 인해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