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시대, 금산분리·업무위탁 규제 혁신해야"

현행법상 금산분리 제도와 관련해 자회사출자 및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회사가 업무를 위탁하고 제휴하는 과정에서도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정순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26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융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며 "금융과 비금융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금산분리규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순섭 교수는 "금융회사의 사업모델을 다양화하기 위해 자회사출자 및 부수업무범위를 확대하고 이에 따른 위험은 관리체계를 강화하여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선책으로 △확대된 열거주의에 효율성 기준 추가 △완전 포괄주의로 전환 △자회사 출자는 포괄주의로 하되, 부수업무는 열거주의를 확대하는 등의 세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금융회사의 업무위탁 규제 또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교수는 "최근 금융회사와 빅테크, 핀테크 기업 간에 다양한 형태의 업무제휴가 등장하는 추세"라며 "업무 수탁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수탁자 리스크가 위탁자로 전이될 가능성과 함께 소비자 보호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준혁 교수는 "문제는 현행제도가 금융회사를 통해 빅테크, 핀테크 등 수탁자를 통제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존재한다"며 "금융회사는 업무 수탁자가 어떻게 사업하는지 리스크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금융당국은 업무 위탁자만 규율하기 때문에 제3자에 대한 조사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규제정합성 관점에서 외국의 사례를 살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금융회사의 업무위탁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대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경우 국외 ICT 회사에 대해 EU 내 자회사 설립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이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 업무위탁 규제 개선 방안으로는 △금융회사 이사회 중심의 제3자 리스크 관리 강화 △본질적 업무 중 신용조사, 담보물 평가 등 비핵심업무에 대한 업무위탁 허용 등 범위 확대 △핵심적인 주요 업무 수탁자 지정을 통한 조사권 확보 등을 제안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금융서비스 제고와 금융회사 혁신, 사회 전반에서의 기여 등을 고려해 법을 제도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