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구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세금, 종합부동산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 과도하게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 1월 5일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되었다.
종부세는 이처럼 세금 본연의 기능인 세수 확보를 위해 도입된 세금이 아니고, 고액의 부동산 보유에 대해 중과함으로써 부동산의 과도한 보유와 투기수요를 억제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행 이후 지금까지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위헌법률 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수준의 제도 변경으로 예측성과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어왔다. 특히 도입 당시에는 극히 일부 고액 재산가들에게만 해당되던 종부세가 최근 주택가격 급등으로 똘똘한 아파트 1채를 가진 사람들도 과세대상이 되면서 종부세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종부세 납부인원 : 2016년 335,591명 (개인 316,969명, 법인 18,622)
2020년 743,568명 (개인 707,446명, 법인 36,122) 2021년 1,016,665명 (개인 940,204, 법인 76,451)
*2021년 과세물건별 인원(개인) : 주택 876,857, 종합합산 토지 77,219, 별도합산토지 5,781
종부세는 정의로운 목적으로 도입된 좋은 세금이지만, 자칫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제도가 무력화되면 나쁜 세금이 될 수도 있다. 종부세를 좋은 세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종합부동산세는 헌법 위반인가?
2008년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특수한 여건상 종부세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다만 일부 규정에 대해서만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국회는 헌재 결정을 반영하여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만 60세 이상 또는 5년 이상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신설하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종부세 부담이 크게 감소하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흔들리면서 집값이 안정되어 종부세 역할이 크게 요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집값이 다시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를 강화하였다.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하고 공정시장가격 비율도 2018년 80%에서 매년 5%p씩 인상함에 따라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종부세 징수액 : 2016년 1,3조(국세의 0.5%)→2021년 6.1조(국세의 1.8%)
이는 또다시 부동산 보유에 대한 중과가 거주이전의 자유, 재산권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정시장가격 비율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위헌소송으로 이어졌다.
◆ 윤석열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종부세는 2022년 대선과정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해 종부세 폭탄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금년 7월 윤석열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세, 증권거래세를 크게 경감하는 첫 세제개편안(총 세수감소액 13.1조원)을 발표했다. 이중 종부세 감소액은 약 1.7조원(23년 1.3조, 24년 4천억)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법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 입장차가 커서 11월 국회 심의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ㅇ특히 정부는 의원입법으로 금년에 한시적으로 1세대 1주택자 특별공제액 인상(11억원→ 14억원) 등을 포함하는 종부세 부담경감 법안을 제출하였으나, 납부유예와 1세대 1주택 수 특례만 금년 9월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특별공제액 인상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12월에 납부하는 금년도 종부세에는 반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종부세 개편 관련 정치권에 드리는 제언
필자는 2005년 종부세 도입부터 지금까지 17년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종부세가 ‘좋은 세금’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종부세는 확연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과세대상과 세율 등을 정함에 있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자세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종부세는 투기억제와 주택가격 안정 그리고 지방재정 균형이라고 하는 분명한 정책목적을 가지고 도입된 세금이지만, 소득이나 거래가 아닌 재산보유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세부담 증가에도 바로 조세 마찰과 저항을 가져오는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당위성에만 치우쳐 과중하고 방만하게 운영하면 관련 규정의 위헌 다툼과 큰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종부세 납세자들이 과거에는 소수 고액재산가에게 국한되었지만, 이제 그 대상이 백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우리 사회 여론주도층이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반면에 여유 있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거나 폐지하려는 시도는 종부세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정책 목적을 저버리는 것이므로 정당화되기 어렵고 시민사회와 중산서민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줄어드는 종부세 수입만큼 다른 곳에서 세금을 걷어야 하므로 또 다른 저항과 공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지방자치단체에 돌아가는 부동산교부세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종부세 수입(21년 6.1조원)은 전액이 부동산교부세로 지방에 배분되어 자치단체간 재정격차 완화와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음
조세정책은 이론적 타당성이나 논리적 정당성만으로 성공할 수 없고 국민의 수용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부동산 세제를 만드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재산과세 개편을 단편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먼저 정부가 재산의 취득-보유-처분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에 대한 종합적인 장단기 개편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여야가 전반적인 과세체계와 세율 조정 등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부동산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이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거래세 부담이 높은데 기인하며 보유세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다.
*GDP대비 재산과세 비중 : 한국 3.4%(보유세 1.0%, 거래세 2.4%), OECD 평균 1.6%(보유세 1.1%, 거래세 0.5%)
셋째,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종부세 개편은 정부의 장단기 부동산세제 개편방안이 마련되는 내년에 추진하고, 금년에는 여야가 자기 지지층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합의안을 도출하여 통과시켰으면 좋겠다. 그리해야 종부세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여 좋은 세금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여야도 승자 패자 없이 상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간 종부세에 대해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은 확연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국민의힘(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은 징벌적 세금이라면서 폐지 또는 대폭적인 세부담 인하를 주장해왔고, 더불어민주당(노무현정부, 문재인 정부)은 부동산 보유문화를 바꾸고 투기를 막기 위해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간 경험을 보면 과도하게 자기 지지층의 입장만 대변하거나 이념적으로 접근할 경우 중도와 중산층의 지지를 잃게 되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