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격...피보험단위기간 180일 이상,타의에 의한 실직
치킨집 위장취업으로 실업급여 5억원(78명) 타낸 브로커 실형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23년 동안 8519만원 반복 수령
고용부...대대적인 실업급여 특별점검 11월부터 벌일 예정
◆…자료사진:연합뉴스
실직자에 대한 복지 혜택이 강화되면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액과 부정수급자에 대한 형사고발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취업 활동기간 일정 금액을 지급해 실업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된 제도다. 1일 상한액은 6만6000원으로, 최소 120일에서 최대 270일까지 받을 수 있다. 단 실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하고 해고·권고사직 등 타의에 의한 실직이어야 수급자격 요건이 된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람이 총 19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타간 실업급여는 39억 8500만원에 달했다. 적발된 199명 가운데 146명은 처벌됐고, 나머지 53명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사업주 공모형 부정수급액은 3.5배, 브로커 개입형 부정수급액은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 공모형이란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모해 재취직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계속 급여를 받는 방식이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올해 7월 A사업장에 근로자 일부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일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조사 결과 근로자 9명이 부정수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부담을 줄이려는 사업주와 짜고 고용보험 취득 신고를 고의로 누락하는 수법으로 1억4000여 만원의 실업급여를 편취했다. 고용노동부는 법인과 사업주, 부정수급자 9명을 고용보험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했다.
브로커 개입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세무사사무소 사무장으로 일하던 A씨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은 취업준비생과 가정주부 78명을 치킨집에서 일한 것처럼 꾸며내 피보험자격을 취득한 뒤 곧바로 퇴직 처리했다. A씨가 받아낸 실업급여는 총 5억8000만이고 이중 절반인 2억9000여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에 따라 검찰은 브로커 A씨를 구속기소하고 부정수급자 56명을 약식기소하는 한편 19명은 기소유예, 3명은 수배했다.
이처럼 브로커 개입형은 브로커를 통해 허위로 고용보험에 가입했다가 퇴직한 후 급여를 편취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를 악용해 실업급여를 타간 꼼수 사례도 있었다. 농림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B씨는 매년 최소 180일 가량을 일한 뒤 나머지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는 생활을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23년 동안 반복해 왔다. A씨가 받은 실업급여 총액은 무려 851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B씨뿐 아니라 실업급여 누적 수령액 상위 10명이 받은 실업급여 수급액은 각각 8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하지 못한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이 313억 12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부정수급 건수도 총 13만 118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반복 수급자로 분류된다. 2018년 8만2000명이던 반복 수급자는 2021년 10만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김효신 노무사는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부정 수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직장생활 할 때 고용보험료를 항상 납부를 해왔으니까 일을 그만두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엄청 커서 부정수급에 대한 도덕적 감각이 더 없어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정수급 조사 과정에 대해선 "사법경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고용보험 수사관이 부정수급 의심자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현장에 나가서 직접 조사를 한다. 대리 실업인정이라든지 수급 기간 연기 미신고 등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면 행정처분을 하게 된다"며 "고의적 부정 수급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기소 의견을 검찰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실업급여를 정당하게 받아가는 사람보다 부정 수급자가 더 많아지면 기금이 샌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노무사는 일부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지급받기 위해 편법을 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 증빙자료인 면접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실직자가 면접 본 사실도 없는 기업의 허위 면접확인서를 작성해서 적발돼 보도된 적이 있다"며 "그래서 정당한 사유 없이 면접을 불참하거나 취업 거부한 경우에는 실업급여 부지급 조치를 취하려는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무적으로 정말 필요한 사람들만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미흡한 것 같다"며 "이 부분은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용부는 대대적인 실업급여 특별점검을 11월부터 벌일 예정이며 부정수급으로 확인되면 부정수급액 전액을 환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