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피해 커진 이유 "후진국형 사고"..."책임 소재 규명 어려워"

누리꾼들, 정부의 무책임한 사전 대응에 비난의 글 쏟아져

핼러윈 축제, '자발적 행사'로 공권력에 의한 통제 의무 아냐

사고현장 진입 구간 통제하지 않는 한, 경찰 인력으론 역부족

이태원 참사에 대한 귀책 사유...대상 특정하기 곤란

3년 만에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맞아 '핼러윈 축제의 성지'와 같은 이태원에는 이미 2~3일 전부터 수만명이 몰리면서 골목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폭이 4m 내외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대로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2곳에 불과해 시민들의 대피도 구급대의 진입도 어려웠다. 심지어 소방서와 사고현장이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는 시간은 평소보다 오래 걸려 인명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파에 휩쓸려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앞뒤는 물론 옆으로도 움직일 수 없어 '여기서 자칫하면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냥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미는 대로 골목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한 생존자는 뒤쪽에서 일부러 밀어 사람들이 밀지말라고 소리질렀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아래에 깔린 피해자를 끌어내려고 했으나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면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무책임한 사전 대응에 비난의 글들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뉴스에서 10만명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서울시의 무능한 예고된 참사다" "대형 악재가 났다. 핼러윈 행사마다 이태원에 사람 몰렸고 그때마다 차도를 하나 막아서 통행로를 넓혀 통제했다. 저렇게 어린 생명이 허망하게 떠난 대형 인재에 정부의 책임을 묻지 말라는 댓글 너무 한거 아닌가?" "과거엔 20만이 모였어도 무사했는데 참사가 줄을 잇고 있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실제 2018년 10월 30일 헤럴드경제는 "(이태원에 모인) 많은 인파로 인해 보행로를 따라 설치한 대형 물통 펜스가 일부 망가지면서 경찰이 긴급하게 보수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의 보행 공간을 늘리기 위해 경찰이 도로 한 차선을 임시 보행로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경찰은 하루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경찰관을 배치했다. 이번 핼러윈 행사의 경우 주체가 없이 자발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경찰에 의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세계음식거리로 진입하는 구간을 통제하지 않는 한, 배치된 경찰 인력만으로 그 수많은 인파를 감당하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업체가 어떤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해서 거기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여 있던 인파들이라는 점이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그러다 보니까 이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까라는 부분에서 아마 수사당국에서 밝혀내야 될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마 이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업체, 개인 또는 지자체 이런 대상을 특정하기가 곤란할 수는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이태원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재난관리 대응은 예방-대비(이상 사전대책)-대응-복구(이상 사후대책)라는 4단계로 나뉘는데 선진국일수록 사전대책인 예방과 대응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재난관리 예산의 70%가량을 사전대책에 투자하고, 30% 정도만 사후대책에 투자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예방대비에는 예산의 30%만 투자하고, 70%를 사후수습에 투자한다"며 "선진국과 완전히 거꾸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정 원장은 "이태원이 핼러윈 때마다 사람이 밀집해 위험하다는 우려는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졌다. 모든 사고에는 전조증상이 있기 마련"이라며 "한국의 예방대책은 주로 고령자 위주로 마련되다 보니 젊은 층 문화에 대한 예방대책이 인색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