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리신탁 제도 악용 2주택 중과세 면해
신탁 주택 특혜 없앤 세법 개정되자 신탁계약 해지
대주주, 세금도 알레르기처럼 회피 대상으로 삼는 듯
침구 브랜드 알레르망을 운영하고 있는 이덕아이앤씨 김종운 대표는 서울 한남동 고가주택 2채를 구입한 뒤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기 위해 신탁제도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탁 부동산을 종부세에서 제외하는 세법의 엉성한 틈새를 활용해 절묘한 세테크를 했다는 것이 세무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김종운 대표는 2017년 10월 31일 한남더힐 240.305㎡(72.692평)짜리 한 채와 2019년 5월 31일 244.749㎡(74.037평) 크기의 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료: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첫 번째 주택은 2022년 5월 31일 매도되었고 두 번째 주택만 2019년 5월 31일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두 주택의 보유 기간은 정확하게 3년이 겹친다. 이 가운데 2020년이 문제가 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이다. 6월 1일 현재 등기된 소유주가 종부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김종운 대표는 이 기준일을 1주일가량 앞둔 5월 25일 2채의 주택 가운데 한채를 미래에셋대우에 부동산 관리신탁에 맡겨 종부세 부과기준일을 피해 나갔다.
그런데 다음 해 사정이 바뀌었다. 종합부동산세는 개정(2020년 12월 29일)된 세법 제7조에 따라 종합부동산세의 납부 의무자가 수탁자(신탁회사)에서 위탁자(실소유자)로 변경되었다. 이 개정 세법이 2021년부터 적용되면서 신탁 주택도 종부세 부담 대상이 되었다. 김종운 대표로서는 더 이상 신탁에 맡기는 실익이 없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2021년 5월 31일 신탁을 해지해 소유권을 신탁 이전 상태인 김종운과 윤현숙 명의로 원상 복구했다. 이는 신탁제도를 악용한 종부세 회피 의도가 명백해지는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개정된 세법으로 인해 신탁회사에 명의를 넘겼더라도 유상양도가 아닌 이상 위탁자가 종부세를 내야 하는 까닭에 신탁관리비용만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어서 신탁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줄이기 위한 김종운 대표의 노력은 신탁회사에 명의를 넘기는 것뿐만 아니라 첫 번째 주택과 두 번째 주택 모두 김종은 대표 2/3, 처 인현숙 1/3씩 공동소유하는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도 드러난다.
구분소유를 하면 과세표준액이 비율에 따라 줄어들고, 과세표준액이 줄어들면 적용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누진 공제액도 적용이 달라져 납부할 세금부담은 그만큼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종합부동산세뿐만 아니라 47.5억 원의 이득을 남기고 매도한 첫 번째 주택의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조세 전문가는 “고가의 주택을 2가구 이상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종부세와 같은 세금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편”이라며 “세법도 이들의 편법 절세를 차단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방지 기능 침구를 판매하는 회사의 대주주가 세금도 알레르기처럼 회피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부부 구분소유(공동소유)와 함께 부동산투자신탁을 이용했는지에 대해 회사의 답변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촉구하는 서한까지 발송했으나 회사측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