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 대출규제 완화에도 아파트값 급락

수도권·지방·전국 아파트값, 부동산원 조사이래 최대 낙폭 기록

서울 송파구 0.60% 폭락... 10년3개월만에 최대 폭락

전세값도 동반 추락... 수도권(-0.51%)·서울(-0.43%)·전국(-0.37%)

부동산 시장에 '백약이 무효'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완화 및 대출규제 완화 등에도 아파트값 급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아서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28%)보다 0.34% 하락해 낙폭을 키웠다. 2012년 6월 11일(-0.36%)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자 23주 연속 하락이다. 재건축 허용 확대 및 규제지역 해제 같은 호재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지난주 -0.34%에서 이번 주 –0.40%로 낙폭이 커졌고, 지방도 -0.22%에서  -0.24%로 떨어지는 등 전국·수도권·지방 아파트 값은 부동산원이 시세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국 176개 시·군·구 중 지난주보다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비(非)규제지역 2곳(1.2%)에 불과한 반면, 하락 지역은 170곳(96.6%)에 이르는 등 거의 대부분 지역이 하락했다.

우선 서울지역 25개 구 가운데 송파구가 0.60% 하락하면서 전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가장 많이 떨어졌다. 10년3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강동구와 강남구도 낙폭을 키웠다. 서초구만 -0.18%에서 -0.16%로 소폭 낙폭을 줄였다.

특히 19년만에 재건축이 허용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값도 급락하는 등 '백약이 무효'를 실감케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형은 지난달 19억9000만원(2층)에 매매되면서 20억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가 20억원 밑으로 내려간 건 거의 2년만이다. 지난해 최고가 26억3500만원(11층)에 비해서는 1년새 6억4천500만원이나 급락했다. 주변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현재 호가는 19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림세는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강동구는 0.45% 하락했고, 성북(-0.44%)·노원(-0.43%)·도봉(-0.42%)·은평(-0.40%) 등은 0.4% 이상 큰폭으로 떨어졌다. 동대문(-0.37%)·강서(-0.35%)·관악(-0.33%)·동작(-0.23%) 등도 낙폭을 키웠다.

수도권 낙폭도 -0.34%에서 –0.40%로 커졌다. 인천은 지난주 –0.48%에서 이번 주 –0.51%로, 경기도도 –0.35%에서 –0.41%로 낙폭이 커졌다.

특히 파주시는 지난 9월 비규제지역이 됐지만 운정신도시와 인근 지역 위주로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0.82% 폭락했다. 인천 연수구(-0.69%), 화성시(-0.64%). 동두천시(-0.62%), 남양주시(-0.59%), 오산시(-0.58%) 등의 폭락이 하락을 주도했다.

지방 아파트값도 지난주 –0.22%에서 이번 주 –0.24%로 하락했다. 광역시와 세종시에서 각각 0.30%, 0.40% 떨어졌다. 대구(-0.36%)와 경남(-0.33%), 부산(-0.32%), 울산(-0.25%) 등 영남 대도시권에서도 큰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원은 "가격 하락 우려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과 추가 금리 인상 예정에 따라 매수문의 극소한 상황"이라며 "현재 급매물에서 추가적인 가격 하향 조정돼도 거래 성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 전세값도 동반 추락... 수도권(-0.51%)·서울(-0.43%) 폭락

전세값도 동반 추락했다.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37% 하락했다. 이 역시 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래 최대 낙폭이다.

수도권과 서울 전셋값은 각각 0.51%, 0.43%가 떨어져 전국 평균(-0.37%)보다 크게 하락했다. 전세 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세 수요자가 월세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전세 대란'은 없었지만 ‘전·월세 전환’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