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만 중앙은행장, 부동산 눈치보기에 '국가경제 멍'

대만 중앙은행장 부동산 시장 땜에 금리 못올려
이사들 '금리 인상 미루면 인플레이션 못 막아'

미국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에 동조할 것이냐의 여부를 두고 대만 중앙은행 내 이사들 간에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나 귀추가 주목된다.

대만 중앙은행 양친롱 총재는 미국이 다시 금리를 0.75% 인상하는 강수를 둔 하루 뒤인 3일 입법부 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대만의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취하는 모든 조치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미국의 빅스텝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몇몇 이사들은 저금리가 대만 경제에 많은 부담이 되는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라며 상당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주장하고 나섰다.

양 총재는 “대만의 인플레이션과 GDP 데이터가 금리정책 결정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라며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함께 경제 위험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금리 인상에 중립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991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일본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서구 국가에서 발생한 ‘잃어버린 10년’ 또는 지속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대만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안정적인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금리 인상보다는 은행의 요구 지급준비율을 강화해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는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3일 공개된 9월 대만 중앙은행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여러 이사들이 이러한 양 총재의 입장에 반대하며 더 과감한 금리 인상을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이사는 석유와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전기요금인상 중단 연장 등 정부 개입이 없다면 대만의 CPI(소비자물가지수)는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인플레이션이 내년 2%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이사도 주택가격이 많은 지역에서 사상 최고치에 달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해야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규모에 상관없이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도 대만의 오랜 저금리 정책이 경제와 금융부문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0.125% 포인트라는 소규모 인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소폭의 금리 인상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확대함으로써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을 가중시키고 수입 물가를 앙등시켜 인플레이션을 높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중앙 총재나 한국은행 총재나 정권의 눈치를 살피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일부 부동산 소유자들의 부담을 국민 전체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후진 금융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