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지점 약 4분거리인 '퀴논길' 두 차례 둘러봐
"인파 모여 걱정"이라면서 별도 안전조치 안해
장동혁 "사고 당시 적절히 판단하지 못한 부분 있어"
퇴진 여론 높지만 '취임 1년 미만이라 주민소환 불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2022.10.31 사진: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이태원을 둘러봤지만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은 고향인 경남 의령군 지역축제에 참석했다. 29일은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용산구의회에서 ‘긴급대책 추진기간(27~31일)’으로 정한 기간이었다.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29일 오후 8시쯤 용산구청에 도착해 도보로 귀가했다. 이후 8시20분과 9시30분경 두 차례에 걸쳐 이태원 '퀴논길'을 둘러보았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참사 지점까지 약 4분거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퀴논길을 둘러본 뒤 박 구청장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관계기관 등에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구청장은 참사가 발생한 시각으로부터 44분이 지난 10시 59분이 되서야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고 설명했지만 용산구가 게시한 시간대별 조치사항을 살펴보면 이 시각 참사 현장에는 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참사를 인지한 시각이 10시 51분이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의 구체적인 행적에 대해서는 경찰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이틀 후인 31일 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용산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박 구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게시물로 도배됐다.
주민들은 "156명이란 젊은 청춘이 지역구에서 희생됐는데 일말의 양심도 없단 말입니까. 양심있다면 그자리에서 사죄하고 당장 내려와야지요"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구요? 자진사퇴하는 현상을 보여 주세요" 등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도 박 구청장의 부실한 대처에 쏜소리를 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용산구청장이 사건 사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발언들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며 "사고 당시에도 위험성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유정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채널A '뉴스A 라이브'에서 "(이태원) 상황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권영세 장관이 포함된 단톡방에 먼저 올리고 나중에 '참사 관련한 보고를 누구한테 받았느냐'고 했더니 구청 직원한테 받은 게 아니고 보도된 바에 따르면 잘 아는 주민으로부터 받았다는 거다"라며 "총체적으로 공직사회가 무너진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 구청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주민소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선출직 지방공직자는 임기가 시작된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주민소환투표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올해 7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 구청장은 주민소환 대상에 적용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