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023년 국내경제 전망…성장률 1.8% 제시
종전치보다 0.5%P 내려…IMF·OECD보다 낮아
"美금리인상 가속화 지속땐 성장세 더욱 둔화"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내년도 경제 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KDI)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1%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소비도 '고물가'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둔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이 거침없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거나,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중국 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더 둔화할 수 있다는 소리다.
10일 KDI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제시됐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인 OECD(2.2%)·IMF(2.0%)가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다. 앞서 5월 KDI는 내년 한국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최근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종전(5월, 2.8%)보다 0.1%포인트 낮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여건의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3분기 GDP는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하면서 2021년 3분기와 비교해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세계경기도 둔화하는 모양새다. IMF는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과거 평균(2011~2019년, 3.5%)보다 크게 낮은 2.7%로 내렸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무역의 회복을 제약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KDI는 "내년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경기둔화 국면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내년 수출은 올해(4.2%, 전년동기대비)보다 낮은 1.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국가 간 인적이동이 확대되며 서비스수출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품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경상수지도 올해(230억 달러)보다 감소한 16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올해(-3.7%)에 이어 0.7%의 낮은 증가율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며,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부진·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내년(0.2%)에도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민간소비는 올해(4.7%)보다 낮은 3.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KDI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며 서비스소비가 회복되겠으나,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재화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 훈풍도 꺾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79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엔 올해보다 크게 줄어든 8만명 수준의 증가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 더욱 둔화시킬 위험 요인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경제성장도 대외여건에 따라 더 둔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거나 중국경기가 위축됐을 땐, 성장을 떠받쳐 온 수출을 중심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KDI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며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여타 국가의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 수출도 작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국경기가 제로코로나 정책과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급락할 경우, 중국 수요 부진으로 우리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고 봤다.
KDI는 대내적인 관점에선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상승은 경기에 작지 않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확산된다면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