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회사에 40배수 출자 후 50억 빌려줘 떼일 판
가족 중심 족벌경영으로 내부검증 절차 없어 ‘참사’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규모의 투자와 대여금 지급 결정은 이덕아이앤씨의 자본금 규모에 비춰보면 중대한 의사결정 사항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중심 족벌경영이어서 내부검증과 내부통제 과정 없이 투자와 대여금 지급이 집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김종운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은 배임 행위인 줄도 모르고 배임을 하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덕아이앤씨는 지난 2018년 경영·전략·IT 기술 컨설팅을 주요 업으로 영위한 비즈니스인사이트 지분 4.99%를 획득하기 위해 30억 원을 투입했다.
투자 당시 동사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68억 원, 2017년 0.68억 원, 2018년 1.13억 원으로 겨우 적자를 모면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이덕아이앤씨는 액면가의 약 40배에 달하는 주당 19만6200원에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관계자들은 “당시 회사의 영업이나 수익 상황에 비춰 40배수 투자가 이뤄진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정도 배수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투자대상 회사의 경영상태가 매우 뛰어나거나 사업적으로 매우 유망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영상황이 불분명한 회사에 40배수 투자를 한 것도 모자라 거액의 자금을 대여해 줬다는 것이다. 투자가 이뤄진 이듬해인 2019년 비즈니스인사이트의 자기자본 42.5억 원보다 더 많은 50억 원을 대여금 형식으로 빌려줬다.
이후 동사는 2019년 당기순이익 2.1억 원을 끝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20년 당기순손실 40.2억 원, 2021년 90.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회사의 생존이 의심스러운 상황까지 몰렸다. 이에 알레르망은 2020년에는 대여금 전액, 2021년에는 43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사 측은 비즈니스인사이트 대여금이 떼일 것을 가정해 쌓은 대손충당금이 2020년 50억 원에서 지난해 43억 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차대조표상 장기대여금 충당금은 오히려 51억 원으로 불어난 상태였다. 드러나지 않은 부실 대여금이 또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이는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대여금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석 사항과 대차대조표상 사용처가 불명확한 대여금이 2020년 28.91억 원, 2021년 46.77억 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덕아이앤씨의 지난해 말 기준 납입 자본금은 7.6억 원인데 이의 6.2배에 달하는 금액을 대여금으로 표시하고 있다. 더구나 대손충당금을 8억 원이나 계상하고도 내역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 대여금의 사용처를 밝히기 곤란하거나 밝히면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회계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덕아이앤씨는 비즈니스인사이트의 주주로서 경영상황을 깊숙이 파악할 수 있어 떼일 우려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8억 원이나 되는 충당금을 쌓아야 할 정도여서 부실한 대여금의 문제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가족과 친인척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이 함께 드러난다.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대주주 김종운 대표가 의사결정을 하면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이사회 결의 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세일보는 이덕아이앤씨 측에 비즈니스인사이트 투자 결정에 동의한 이사,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대여하는데 찬성한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을 서면질의 했으나 답변을 회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