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제2의 가상화폐거래소 FTX 사태 발생 가능성 유무 논의
디지털자산특위 민당정 간담회... 특금법에 의해 고객·법인 자산 분리
자기발행 코인 '크로노스', 30% ↓... 급락세 지속하며 피해 커
◆…14일 서울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에 투자금 예치 시 예금자보호법 수준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며 "원화예치금에 보험을 들거나, 예금보험공사에서 관리하는 수준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거래소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를 비롯해 13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FTX 그룹이 자기발행 코인 FTT를 통한 레버리징 방식의 사업 운영을 벌이다 파산하면서 국내에서도 제2의 FTX 사태 발생 가능성 유무에 대한 논의가 화두에 올랐다.
1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국내에서도 FTX처럼 자기발행 코인으로 적립금을 마련한 거래소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상자산사업자들은 특금법 상 규정에 따라 법인 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해 보관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을 예치한 경우도 해당 가상자산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규제당국이 사태 발생 이후 대대적인 감사에 나서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미 적립금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손영채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기획관은 "원화 예치금과 코인이 잘 보관되어 있는지를 핵심항목으로 지정해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고객들의 자산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인자산과의 분리 이외에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에 투자금 예치 시 예금자보호법 수준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기준 5조9000억원에 달하는 원화예치금을 단순히 법인자산과 분리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며, 투자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지불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황 교수 설명이다.
황 교수는 "고객자산을 법인자산과 분리해도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화예치금에 대해 보험을 들거나, 예금보험공사에서 관리하는 수준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의하면 크립토닷컴 거래소가 발행한 가상화폐 '크로노스(Cronos)'는 전날 100달러 대에서 이날 오후 한때 74.48달러로 3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자기발행 코인을 중심으로 급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FTX 거래소는 자체 발행한 FTT를 고객 인출에 대비한 적립금으로 준비했다가 가격 급락 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벌어지면서 지난 11일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FTX 그룹 산하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알라메다 리서치'가 FTT를 담보로 현금을 마련해 FTX에 주고, FTX는 이 돈으로 FTT를 매입해 가격을 끌어올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업계 전반에 자기발행 코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거래소가 자매회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자기발행 코인의 가격을 부풀리는 레버리징 방식이 시장에 거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 규제 당국은 사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적립금 현황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민당정협의에는 정부를 대표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당에서는 성일종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단장, 송석준·조명희·윤주경 위원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이재원 빗썸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등이 배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