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서 '금산분리 제도 개선 방향' 발표
금융사의 자회사-부수업무 허용 확대 위한 3가지 방안 검토
금융위 "금산분리 근간 유지하되... 본질업무 위탁 가능하게 검토할 것"
"금산분리 구체적 방안, 의견 수렴 후 내년 초 규제혁신회의에서 심의"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다양하고 전문화된 분야에 특화된 금융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 인허가 정책 개선과 업무위탁 범위 확대 등을 지속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자회사 가능 업종을 확대하기 위해 현행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정된 자회사 출자범위와 부수업무를 추가하는 방안과 네거티브 방식 전환 등을 모두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업무를 수행할 때는 관련법에 규정된 업무만 할 수 있다. 현행 은행법에선 은행이 관련 업종이 아닌 회사에 15% 넘게 출자하는 게 금지돼있다. 또한 은행의 자회사로 가능한 업종은 은행업감독규정에서 15개 금융 관련 분야로 한정하고 있다.
관련법과 규정에서 허용된 업무만 가능(포지티브 방식)하기 때문에 비(非)금융 사업에 진출하려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처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고서야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처럼 금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사업도 금융당국의 인허가 없이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건전성 때문에 투자 규모는 자본의 일정 비율로 규제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과 관련업계는 올해 초부터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은행법 전면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은행법 전면 개정의 핵심은 금산분리 완화로 자회사 업종 및 출자 규모 및 부수업무 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다. 금산분리로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아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주장이다.
금융위는 이날 세 가지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먼저 현행 포지티브 규제 틀을 유지하되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금융사의 부수업무·자회사 출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행법은 포지티브 방식에 따라 전자금융업, 전자금융보조업, 금융전산업, 신용정보업, 금융플랫폼 등만을 핀테크 출자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 방안은 금융사의 비(非)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업종 추가 과정에서 규정 개정이나 유권해석 등 별도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새로운 업종 추가에는 규정 개정, 유권해석 등의 별도조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법령의 위임 범위 내인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2안은 상품 제조·생산이나 건설 등 금융사가 영위하기 부적절하다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자회사 가능 업종을 전면 허용(네거티브 방식)하고 자회사 출자한도를 풀어주되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위험총량 한도는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전체 비(非)금융 자회사에 대한 지분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금융위는 구체적인 위험한도 규제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금융사가 새로운 업종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본업 관련성이 낮은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는데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3안으로는 1안과 2안을 섞는 절충안이 제시됐다. 금융사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에는 ‘포지티브 리스트 확대’ 방식을 적용하는 대신, 자회사 출자 부분에 대해선 네거티브 전환을 적용한다는 안이다.
이 경우 금융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고,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 확대에 위임 논란과 리스크 관리 부담이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의 디지털화 촉진과 금융업과 비(非)금융업간 시너지 제고를 위한 조치로 금산분리 제도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국장은 이어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 뿐만 아니라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핀테크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금산분리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해 심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사가 제3의 회사에 업무를 맡기는 업무위탁 제도 개선 방향도 내놨다.
현행법상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같은 금융투자업자는 내부통제 등을 제외한 본질적 업무에 대해서도 위탁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만 은행, 보험, 신용카드사 등 타 업권은 해당 법이 아닌 '업무위탁규정'을 적용 받고 있어 본질적 업무는 원칙적으로 위탁이 금지된다.
이에 금융위는 법적 구속력 확보를 위해 업무위탁규정의 상위법 위임근거를 마련할지 혹은 업권별 특수성을 반영해 다른 규제를 적용할지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할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신 국장은 "은행 등에 관한 업무위탁도 법으로 규정할 것인지 혹은 현행처럼 둘 것인지에 관해 의논 중"이라며 "증권, 자산운용사들과 은행까지 아우르는 규정을 둘 것인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