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파이·제네시스·솔트·제미니 인출중단 조치... 파산 준비 중인 곳도
블룸버그 "FTX 급속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어"
시총 1위 비트코인 최근 열흘동안 20%↓, 2위 이더리움도 22%↓
◆…세계 3대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신청 후 고객들의 대규모 뱅크런이 이어지면서 가상화폐 대출업체, 거래소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연쇄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FTX의 급속한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며 "탈중앙화를 기치로 디지털 자산을 빌려주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가상화폐 세계가 FTX 붕괴를 계기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1만691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열흘 전인 지난 6일(2만1162달러)보다 20.1% 떨어진 것. 시총 2위인 이더리움 가격도 같은 기간 22% 급락했다.
양대 코인 가격 급락은 FTX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뱅크런 현상이 일어나면서 급격히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해 6만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불과 1년이 채 안 돼 무려 70% 이상이 빠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가 유동성 위기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WSJ은 "블록파이가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FTX 등에 상당한 노출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 7월 FTX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면했던 코인 대출업체 블록파이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이 회사는 현재 직원 정리를 시작하는 등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X 계좌에 자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코인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딩도 뱅크런으로 이날부터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제네시스는 "FTX 파산으로 회사의 유동성을 초과하는 대규모 인출이 발생하고 있다. 변호사와 전문 재정고문과 협의해 일시적으로 환매 및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으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는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조치는 FTX사태 여파로 비정상적 인출이 이어지면서 유동성을 초과한 데 따른 긴급 결정이다. 이 회사는 다음 주 중 신규 유동성을 위한 해결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자산 100억 달러 규모 가상화폐 제국의 내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며 "FTX 쇼크 이후 제네시스의 상환중단으로 DCG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네시스의 모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재무건전성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2015년에 설립된 DCG는 그룹 산하에 제네시스를 비롯해 약 200여개의 가상화폐 관련 회사가 포진되어 있으며 세계 최대 가상화폐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인베스트먼트, 가상화폐 채굴 기업인 파운드리디지털을 소유하고 있다.
파운드리디지털은 현재 모든 비트코인 채굴풀 가운데 해시레이트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형 채굴업체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란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력의 총합을 의미한다.
또다른 코인 대출업체인 솔트 역시 지난 15일(현지시간) 인출을 중단했다. 숀 오웬 최고경영자(CEO)는 "FTX 붕괴 사태영향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때까지 솔트 플랫폼에서 입출금을 중단할 것"이라고 인출 중단 사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앞서 FTX가 인수를 발표했던 코인 중개·대출업체 보이저 디지털도 다른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FTX는 지난 9월 당시 이 대부업체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날 가상화폐거래소 제미니도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했다. 하버드대 출신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거래소로 유명한 제미니는 '제미니 언'이라는 이자 지급 프로그램을 통해 제네시스와 협력해 왔으나, 제네시스 일시 환매 중단 선언으로 자금 상환이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제미니 측은 "제네시스와 협력해 고객들이 가능한 한 빨리 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