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손실과 피해’ 기금, 사상 첫 합의…구체화는 아직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참석국들이 기후 재난의 피해자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그러나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할지 등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기금운용 방식을 놓고 향후 격론이 예상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COP27 의장인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합의문 성격의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이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 올해 총회는 애초 18일에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당사국 간 견해차로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 연장 협상 끝에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뜻하는 말로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등에 의한 인명 피해나 이재민 발생, 시설 파괴, 농작물 피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식량난과 물가 급등, 달러 강세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당장 기후재앙 피해 구제를 위한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선진국은 손실과 피해 보상에 합의할 경우 기후 위기 촉발의 무한 책임을 지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상해야 할 책임에 놓여있어 저항했다.

최종 선언문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즉각적이고 신속하며 지속가능한 조치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화력발전(unabated coal power)의 단계적 축소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 감축에는 실패했다.

한편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가 극적 합의를 이루면서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 그 여정은 오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다만 어떤 종류의 피해를 보상 대상에 포함할지 또 언제부터 발생한 피해를 보상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앞으로 정말 어려운 문제가 다가올 것이라면서 펀드 설정과 재원 조달과 관련한 당사국 간의 합의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합의에 대해 “정의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있다”며 이번 총회에서 과감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결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