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3분기 부진에도 역대급 실적 지속…4분기 반등 기대

정유4사 3분기 합산 영업익 2.7조…전분기 대비 64%↓
주력 정유사업 누적 영업익 12조…전년동기보다 4.5배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흐름 속에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상반기와 달리 3분기엔 절반 이상 실적이 쪼그라드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다만 상반기 거둔 최대 실적에 힘입어 각 사 모두 올해 작년보다 2배 이상의 이익을 거두며 여전히 호실적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4사의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이 합산 12조원대의 영업이익으로 3조원에 못 미쳤던 지난해보다 4.5배 가량 이익을 끌어올리며 업계를 웃음짓게 했다. 합산 전체 영업이익은 3분기 누적 15조원대로 2년 전 코로나19 촉발과 역대급 유가급락 등에 시달리며 5조원대 적자를 쏟아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정유 4사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합산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액 160조 9255억원, 영업이익 15조 558억원, 당기순이익 8조 3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78.3% 늘었고 영업이익이 158.9%, 순이익이 238.5% 증가했다.

이 중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12조 5949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354.1% 늘어났으며 전체 이익의 83.7% 비중을 차지했다.

상반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 등으로 급등하며 정유업계 이익도 크게 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주장이 나왔고 이에 여론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등 업계로선 마냥 낙관할 순 없던 한 해였다. 3분기엔 정유사 이익이 전분기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어 최근 논란도 다소 누그러드는 분위기다. 정유 4사의 3분기 합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 7355억원으로 직전분기 7조 5535억원 대비 63.8% 감소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올 초 배럴당 87달러대에서 상반기 말 12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3분기 말엔 90달러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정제마진의 경우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값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 내외가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되는데 정유·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평균 배럴당 8달러대를 보였던 정제마진이 2분기엔 20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수준까지 뛰었다. 반면 3분기 초 9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뒤 분기 말에는 3달러로 BEP를 밑돌았다.

상반기 러-우 전쟁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며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고 미국 휘발유 재고 감소 등이 겹쳐 유가와 정제마진이 모두 급등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3분기 각국의 긴축기조 강화로 수요둔화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급락세를 보여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각 회사 가운데 올 3분기 누적실적 기준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현대오일뱅크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3분기 누적실적이 연결기준 매출액 26조 3265억원, 영업이익 2조 7770억원, 순이익 1조 43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이 79.6%, 영업이익이 226.1%, 순이익이 309.4%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률은 10.5%로 작년보다 4.7%p 뛰었다.

정유부문(별도)의 영업이익이 2조 1891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배 가량 늘며 큰 폭의 전사 이익 증대를 이끌었다. 전년도 2.6%에 그쳤던 이익률도 8.9%로 3배 이상 개선됐다.

특히 중질유 분해시설 등 고도화율이 41.7%로 업계 최고수준을 유지한 덕에 유가하락 시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덜 수 있는 구조를 갖춰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직전분기 대비 감소율이 48.8%로 경쟁사가 60~70%를 기록한 것에 비해 선방해냈다.

GS칼텍스는 누적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3조 8268억원, 영업이익 4조 309억원, 당기순이익 2조 6205억원으로 집계했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88.5%, 186.0%, 287.2%씩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보다 3.1%p 뛴 9.2%로 나타났다.

전사 매출의 81% 비중을 차지하며 절대적 영향력을 내비친 정유사업의 영업이익이 3조 6273억원으로 작년보다 360.0% 증가했으며 90.0%의 기여도를 보였다. 이와 달리 윤활유는 26.3% 줄어든 3385억원, 석유화학은 59.8% 감소한 652억원의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누적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58조 9202억원, 영업이익 4조 6822억원, 당기순이익 2조 3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매출이 77.8%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9.6%, 605.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7.9%로 전년도보다 2.5%p 개선됐다.

40조 428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8.6%를 담당한 석유사업이 4조 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이익비중을 지난해 52.1%에서 86.5%로 끌어올렸다. 윤활유도 작년대비 15.9% 증가한 8028억원의 영업익을 올려 전사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다만 화학사업이 같은 기간 41.9% 줄어든 2154억원 영업익 시현에 그쳤고 소재사업이 43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러-우 전쟁으로 인한 유럽지역 동력비 증가 등에 발목잡혔던 배터리 사업의 손실폭도 3523억원 커졌다.

S-OIL은 누적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1조 8521억원, 영업이익 3조 5656억원, 당기순이익 1조 8755억원의 실적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매출이 66.1%, 영업이익이 103.8%, 순이익이 72.1%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1%에서 올해 11.2%로 2.1%p 상승했다.

사업군 중 정유부문이 79.9% 매출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영업이익도 작년보다 4배 가량 늘어나며 40% 비중에도 못 미쳤던 것과 달리 76.5%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해 실적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윤활부문도 9.0% 증가한 8310억원의 이익을 거둬 힘을 보탰다. 반면 고유가 기조가 악재로 작용한 석유화학 사업은 1분기 656억원 영업손실로 인해 누적 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97.2% 줄어든 85억원에 그쳤다.

3분기 정제마진 급락으로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정유업계는 4분기엔 재차 개선이 기대된다. 겨울철은 난방 성수기 진입에 따른 등·경유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시기이고 10월까지 BEP를 밑돌았던 정제마진도 이달들어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초 배럴당 4.6달러로 BEP에 진입한 뒤 지난주 8.4달러 수준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