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SMC(애리조나 공장)
대만의 타이베이 타임스는 2025년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미국 땅에서 TSMC가 생산한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폰을 들고 무대에 오르면서 이전 세대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며 모든 면에서 더 우수하다고 발표하고 발표장의 군중들이 박수를 보내는 그림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회는 물론 애리조나주 정부는 지난 2020년 초부터 애플의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TSMC 유치를 위해 수십 개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며, 미국의 반도체 패권의 부활을 칭송하는 수많은 연설을 진행해 왔다.
한때 글로벌 반도체 제조 분야를 장악했던 미국은 현재 최첨단 반도체 제조 용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대만으로 이전되었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 반도체 법을 통해 52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것과 함께 중국에 대한 금수 조치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설비를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세계에서 사장 가치 있는 회사이자 매출액 기준 스마트폰 선두 제조업체로 TSMC 매출의 25%를 점하고 있다. 그래서 TSMC가 애리조나에 건설하고 있는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TSMC의 상황은 이와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즉 TSMC는 엔비디아, 퀄컴, AMD를 포함하는 고객사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요한 결정, 특히 투자 결정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지출한 360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 역시 대만 신추 공장에서 생산될 물량을 구매할 고객사들과의 신중한 협의 끝에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이 미국산 부품을 구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마케팅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애리조나 설비에서는 5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5nm 공정은 지난해만도 최첨단 공정이었지만 이미 3nm로 이전하고 있고 공장이 완공될 2024년에는 2nm 또는 1nm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팀 쿡이 최신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애리조나에서 만든 제품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실성이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설의 웨이퍼 용량은 고작 월 2만 장 수준으로 TSMC 전체 용량 130만 개의 1.6%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인과 국민의 자국 우선주의라는 허영심을 채워주는 수준인 까닭이다.
이러한 지적을 우려한 TSMC가 새롭게 제2 공장 건설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도 흘리고 있지만, 설령 건설된다 해도 역시 애플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기술적 측면이나 물량 면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TSMC의 유럽 프로젝트나 일본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로 최첨단 공정이 아닌 한 세대 지난 노드 중심의 공장을 건설하거나 건설할 예정으로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생산하기에는 부족하고 지리적으로인 이점도 없다.
결론적으로 TSMC의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장 건설의 핵심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전 세계로 보급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들의 욕구를 적당히 채워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